전면 철수 선언한 이마트 이어 롯데마트도 매각 추진
정부 “WTO 제소 없다”…기댈 곳 없는 유통업계 중국 철수 본격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 호텔, 관광, 화장품 등 전 산업에 걸쳐 약 8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유통업계는 지난 6개월 간 피해를 감수하며 분위기가 개선되기를 기대했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국가 간 외교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이제는 중국 시장 철수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편집자주]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사드 추가 도입이 이뤄지며 되레 상황은 악화됐다. 이에 따라 한국을 향한 중국 정부의 보복 수위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 사이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피해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제 이마트가 중국 시장 전면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 전역에 112개(슈퍼마켓 포함)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도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중국 진출 이후 정확히 10년 만이다.
당초 롯데그룹은 그동안 중국에 투자한 금액과 운영 중인 사업규모를 감안해 롯데마트 살리기에 집중했다. 지난 3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두 차례에 걸쳐 7000억원의 자금을 롯데마트에 지원했다.
사드 보복으로 전체 112개 매장 중 87곳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약 5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만회하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였다.
롯데마트는 현재 전체 매장의 77%가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지만 현지 노동법을 준수하기 위해 건물 임대료와 근로자들 임금의 70%가량을 계속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손실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총 피해액은 1조원 이상으로 늘게 된다.
사드가 국가 간 문제다 보니 민간의 문제처럼 단기간에 매듭을 지을 수도 없는 상황.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서 눈치를 보면서 피해만 강요당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4일에는 청와대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행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기대감마저 무너졌다. WTO 제소 대신 중국과의 양자 관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이제는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연내 해결이 불가능해 보인다. 만약 해결된다고 해도 이미 유통업계는 큰 손실을 본 이후 일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을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이번 발표는 최소한의 울타리마저 치운 것 같아 씁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마저 중국의 눈치를 보는 통에 민간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결국 롯데도 눈물을 머금고 매장 철수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을 안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향후 닥칠 더 큰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만 진출해 있는 신세계의 경우 매장을 매각하고 전면 철수를 결정할 수 있지만 롯데는 상황이 좀 다르다.
롯데마트를 비롯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20여개가 중국에 둥지를 틀고 있다. 각각의 계열사가 시너지를 발생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롯데제과나 롯데칠성음료가 생산한 식음료 제품을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방식이다. 20년간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들인 공도 크다.
일례로 200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한 건의 투자 규모만 3조원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전면 철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두려운 탓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모든 사업 인프라를 한 순간에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들인 공도 너무 크다. 발을 빼더라도 충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롯데가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롯데마트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실사 작업에 이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에서 1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이전에 사태가 진정기미를 보이면 매각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로서는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할 수 있게 돼 일종의 보험을 든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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