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IB중심 수익구조 재편 가속도
올해 상반기 IB 수수료수익 8546억…전년比 41.8%↑
증시 고공행진에도 수탁수수료수익 2.7% 감소 '대조'
초대형 IB 등장 임박…기업금융 확대 박차 계기 전망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기업금융(IB)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IB 관련 수수료수익은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는 반면, 증권사의 전통적 영업 기반이 돼 온 수탁수수료수익은 주식 시장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여기에 초대형 IB가 본격 등장하게 되면 이런 흐름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53개 증권사의 수수료수익은 4조1014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468억원) 대비 9.5%(3546억원)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힘입어 해당 증권사들의 순익도 같은 기간 1조2335억원에서 1조9177억원으로 55.5%(6842억원)나 늘었다.
항목별로 보면 증권사들의 이 같은 수수료수익 증가를 견인한 것은 IB 영업이었다. IB는 기업공개(IPO)와 증자, 회사채 발행, 구조화금융, 인수합병(M&A) 등을 주간하고 자문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실제 증권사들의 IB관련 수수료수익은 6026억원에서 8546억원으로 41.8%(2520억원) 급증했다.
반면 주식 등 투자자의 거래를 중개해주고 받는 돈으로, 여전히 증권사의 전통적 영업 기반이 되고 있는 수탁수수료수익은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해당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수익은 1조9491억원에서 1조8962억원으로 2.7%(529억원) 감소했다.
특히 올해 들어 증시 활황에 주식 시장 거래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감소세는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 만큼 증권사들 간 저가 수수료 경쟁이 심화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의 거래량은 7억8517만주로 전년 동기(6억8493만주) 대비 14.6%(1억24만주) 증가했다.
조만간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IB로 변모하게 되면 이 같은 구조개편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자본력이 충분한 종합금융투자 사업자에게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을 허용, 기업금융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이 초대형 IB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초대형 IB가 된 증권사의 IB관련 영업 여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증권사가 초대형 IB 인가를 받을 경우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과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업무 등 단기금융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으면 고객 예탁자금을 통합해 기업금융 자산 등으로 운용하면서 수익을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까지 가능해진다.
현재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자기자본 기준 국내 빅5 증권사들이다. 금융당국의 검토와 결격사유 조회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도 다음 달이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선진국 증권사들은 이미 IB관련 영업이 이익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나라 증권업계의 경우 지금까지 그 규모에 비해 이런 트렌드가 더디게 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초대형 IB의 출현을 계기로 수익구조 변화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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