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공모가 설정이 투자자 관심 돌려
한국투자증권, 펄어비스 상장 수수료도 3%로 올리기도
'하반기 IPO 최대어', '시가총액 1조원' 등 세간의 기대를 모으던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의 일반 공모주 청약이 미달사태를 빚었다. 업계에서 펄어비스의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잡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의 공모가 설정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6일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비율은 최근 IPO 흥행과는 대비되는 경쟁률 0.43대 1에 그쳤다. 지난 7월 청약 흥행에 성공하며 증거금만 1조원을 넘는 뭉칫돈이 몰린 브이원텍(557.47대 1), 힘스(795.94대 1), 데이타솔루션(733.74대 1), 디엔씨미디어(563대1), 지니언스(922.71대 1)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경쟁률이다.
펄어비스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전체 공모 주식의 20%인 36만주를 배정했으나 15만3200주만 청약됐다. 지난달 29∼30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선 경쟁률이 62.4대 1로 높았지만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외면받은 것이다.
펄어비스의 흥행 참패의 원인으로 '북한 리스크로 인한 시장 침체'와 '단일 흥행작 실패 학습효과', '게임주 상장 후 폭락 트라우마'가 거론된다. 시장의 영향을 받는 IPO 특성상 최근 증시를 뒤흔든 북한 리스크 영향에, 선데이토즈(애니팡), 액션스퀘어(블레이드) 등 단일 흥행작으로 상장을 추진했던 종목들의 지지부진이 공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단일 흥행작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에게 몇 번 당해본 경험이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같다"면서 "원게임 시스템인 더블유게임즈가 지난 2015년 상장 이후 폭락했던 트라우마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무리한 공모가 설정이 투자자 관심 돌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공모가가 너무 높게 잡힌 탓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미 기관투자자 공모부터 예상을 크게 밑도는 경쟁률이 나왔는데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무리하게 진행해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펄어비스의 공모가가 확정된 3일 이후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펄어비스의 공모가 결정이 수요예측 분위기와는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대어급이라는 평가에는 미흡한 '62.4대 1'에 그쳤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거래실적이 없는 외국투자자들이 펄어비스 수요예측에 들어오지 않아서 전체 경쟁률이 낮아졌지만 이들은 어차피 허수라 큰 의미가 없고, 최근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에서 실수요보다 많은 수량을 적어냈다가 과다배정받게 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원하는 수량만 제시하면서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아졌다"면서 애써 외면하고 공모가를 희망가격 범위(8만~10만3000원) 최고가로 결정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무리한 공모가 설정으로 인한 '참사'는 비단 펄어비스 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IPO 최대어중 하나였던 두산밥캣의 '재수 사건'이 있다. 상장 전부터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인 두산밥캣은 결국 IPO를 철회하고 공모가를 25%(4만원에서 3만원으로) 대폭 낮춰 상장 재도전 했지만 경쟁률 0.29대 1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외에도 엘에스전선아시아 등이 한국투자증권의 주관으로 상장 이후 공모가 거품 논란 속 주가하락(공모가 대비 20.62%) 을 보였다.
한 IPO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너무 조급하게 추진한 것은 아닌가 싶다"면서 "IPO를 완료한 게임사들의 상장 후 주가 부진을 보인 사례들 속에 펄어비스의 공모가 거품 논란이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책정하는 공모가가 다소 비싸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귀띔했다.
한국투자증권, 펄어비스 상장 수수료도 3%로 올리기도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펄어비스의 상장에 대한 수수료도 올려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일 금감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펄어비스로부터 총 공모금액(1854억원)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장 대표주관 수수료로 받기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 8월 제출한 1.7%보다 1.3% 상승한 수수료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미달 사태에 대해 "펄어비스의 성장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했다"며 "상장 이후에 펄어비스를 알리기 위한 기업설명회(IR)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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