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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문소리 "액션 후 컷, 지독하게 외로운 순간"


입력 2017.09.08 09:16 수정 2017.09.09 01:20        이한철 기자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통해 감독·각본·배우 1인 3역

"감독, 해야 할 1순위 아냐…욕심 내지 않을 것"

배우 문소리가 "감독은 우주에서 가장 외롭다"며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연출한 소감을 전했다. ⓒ 영화사 연두

"배우는 동네에서 외롭고, 감독은 우주에서 외로운 존재인 것 같아요."

감독이라는 낯선 수식어를 달고 대중들 앞에 선 배우 문소리(43)는 "세상에서 나 혼자인 것처럼 외로웠다"며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소감을 전했다.

문소리는 "전에는 현장에서 배우가 가장 외롭다고 생각했다"며 "현장에서 팀이 보일 때 제일 부러웠다. 자기들끼리 현장에서 게임해서 내기를 하기도 하고, 그런 팀이 있는 게 부러웠다"면서 배우가 갖는 외로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감독을 경험하고 나니 현장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가장 지독하게 외로운 순간은 '액션' 후 '컷' 하는 그 순간이에요. 의지할 데 없죠."

문소리는 "거기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그래서 지독히 외롭고 책임져야 하는 직업"이라며 "배우로서 연기할 땐 내가 가는 방향이 있다. 확신을 가지고 감독님 리액션 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편집 과정도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배우들이 무언가 의견을 말하면 '헷갈린다, 쉬고 와라'라고 말한 뒤 홀로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현장에 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고.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은 심혈을 기울인 만큼 고심을 거듭한 장면이었다.

감독까지 잘하는 배우 문소리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 영화사 연두

"촬영한 편집 분을 보면서 오열을 해야 지 고개만 숙이고 참담한 심정으로 있어야 할지 판단이 잘 안 섰어요. 1시간 정도 고민을 한 것 같아요."

문소리는 "새벽이었고, 그것만 찍으면 끝난다고 3일을 장례식장에서 먹고 자고 했던 스태프들이 얼마나 피로도가 높았겠느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문소리는 앞으로 연출 계획에 대해서는 '당장은 없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살짝 여지는 남겨뒀다,

"주변 감독님들이 다들 더 만들어보라고 말씀하세요. 특히 한국 영화의 코미디가 약하다면서 코미디를 해보라더군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까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우선 연기를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배우 문소리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차기작에 대한 욕심은 아직 없다. ⓒ 영화사 연두

문소리는 "어머님이 시사회 때 저와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소리, 꼬시지 마'라고 하고 가셨다. 어머니가 한 집 안에 감독이 둘이 되면 감당할 게 커지니까 두려우셨던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사실 감독이라는 것은 해야 될 일의 순서 1번이 아니다. 욕심내지 않고, 좋은 감독님들과 좋은 작품 하자고 하는 우선"이라며 '배우'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문소리는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면 팔 걷어붙이고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내심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단편 연출 3부작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모아 장편으로 완성한 프로젝트다. 특히 문소리가 감독, 배우, 각본 등 1인 3역을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연기파 배우 타이틀과 메릴 스트립 안 부러운 트로피 개수, 화목한 가정 등 남들 있는 것 다 있지만,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더 이상 없는 데뷔 18년 차 중견 여배우의 현실을 오롯이 담은 작품으로 오는 14일 개봉 예정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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