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가라앉은 한-미 FTA 폐기...산업계 "재협상 주시"
미 정부, 의회에 당분간 폐기 논의 않겠다는 입장 밝혀
자동차·철강 등 영향 큰 업종, 안도 속 긴장감 여전
미 정부, 의회에 당분간 폐기 논의 않겠다는 입장 밝혀
자동차·철강 등 영향 큰 업종, 안도 속 긴장감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이슈가 나흘만에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분위기다. 국내 산업계는 자동차·철강 등 영향이 큰 업종들을 중심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향후 재협상 과정을 면밀히 주시한다는 계획이다.
7일 미국 통상 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6일(이하 현지시간) 미 의회에 당분간 한·미 FTA 폐기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 의회 핵심 인사들은 정부 내에서 한·미 FTA 폐기 이슈를 당분간 의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한·미 FTA 폐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던 이번 이슈는 나흘만에 사라지게 됐다.
◆미국 내 반대 여론 속 일보후퇴한 트럼프
국 정부가 나흘만에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것은 미국 내의 반대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에서도 FTA 폐기가 오히려 미국 경제와 산업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분간이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미국 내에서의 반대 여론과 북핵 이슈로 불거진 안보리스크로 인한 동맹강화 필요성을 감안하면 폐기 추진은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이번 폐기 언급과 철회 관련 배경을 파악하고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에 촉각에 곤두세우고 있다. 또 폐기 대신 재협상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협상 추이도 면밀히 주시할 계획이다.
외신 보도에 앞서 미국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5일 "한미 FTA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개정 협상을 희망한다"고 언급한 것도 폐기 대신 재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당분간이라는 단서 조항이 일단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폐기 카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여건에 따라 언제든 다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동복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미국 정부가 일단 폐기 카드를 뒤로 미룬 만큼 재협상에 속도를 내려고 할 것”이라며 “지난달 한·미FTA 공동위원회 이후 향후 일정이 잡힌 것은 없지만 미국 측으로서는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과 병행해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 일단 안도...폐기 언급과 철회배경에 촉각
이에 정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차분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5일 무역업계 간담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협상에 앞서 양국의 경제적 이익과 효과들에 대한 조사와 분석, 평가 작업이 우선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FTA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자동차와 철강업계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폐기시 양국 모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애초에 폐기까지는 가지 않을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미국 언론 보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재협상 방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도 “FTA 재협상 이전부터 반덤핑관세가 부과되고 있어서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았다”면서도 “향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이를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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