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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반성' 노장 3인방이 불어넣은 활력


입력 2017.09.06 19:18 수정 2017.09.07 00:11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손흥민 위력보다 이근호-염기훈-이동국 투지 돋보여

한국-우즈벡전에서도 골이 없었던 손흥민.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은 손흥민·황희찬·권창훈 등 유럽을 누비는 선수들이 총출동했지만,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기성용이 빠진 중원이 답답하니 공격은 더욱 힘을 쓰지 못했다.

‘34세’ 염기훈 투입 이후에야 공격이 살아났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유럽파의 반성이 우즈벡전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6일 오전 0시(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국은 4승3무3패 (승점15)를 기록, 조 2위로 러시아행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1986 멕시코 대회 이후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쾌거를 이뤄냈지만 만족할 수 없다. 동시간대 열린 이란-시리아전이 2-2 무승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본선 진출은 불확실했다. 이란의 ‘에이스’이자 ‘한국 킬러’ 사르다르 아즈문의 멀티골이 없었다면 한국 축구대표팀은 웃을 수 없었다.

신태용 감독은 우즈벡과 최종전에서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좌측 풀백에는 김진수 대신 김민우가 나섰고, 최철순의 공백(경고 누적)은 고요한이 메웠다. 전방에는 이근호가 깜짝 선발로 나섰고, 손흥민-황희찬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한국은 전반 1분 황희찬의 기습적인 왼발 터닝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홈팀 우즈벡 기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측면에서 날아든 크로스와 슈팅이 잇따라 골문을 위협하면서 수비적인 운영을 피할 수 없었다. 전반 20분에는 아지즈백 타이다로프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등 우즈벡 공세는 매서웠다.

기대가 컸던 손흥민은 무리한 드리블로 상대에 볼을 빼앗기기 일쑤였고, 황희찬은 열심히 뛰기만 할 뿐 실속이 없었다. 권창훈도 활동량 외에는 눈에 띄는 장점이 없었고, 정우영의 프리킥은 황당하리만큼 정확도가 떨어졌다. 전반 막판 손흥민의 슈팅이 또 골대를 때리는 불운까지 겹치면서 답답함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돋보인 선수는 이근호였다. 특유의 활동량과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우즈벡 진영을 흔들었다. 볼을 빼앗기면 곧바로 압박을 시도해 상대 수비진의 체력을 쏙 빼놓았다. 후반 12분에는 김민우, 황희찬과 좋은 연계플레이를 통해 날카로운 슈팅력을 자랑했다.

후반 17분, 다친 권창훈 대신 염기훈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 염기훈의 예리한 침투 패스가 손흥민과 황희찬의 움직임을 살리기 시작했고, 정확한 왼발 크로스가 김민우의 날카로운 슈팅을 만들어냈다. 노장이지만 수비 가담도 소홀하지 않으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동국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후반 33분에는 38세 이동국까지 투입했다. 이동국은 후반 40분, 김민우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골대를 때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3분 뒤 찾아온 결정적인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을 떠올리는 완벽한 1:1 기회였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란전에 이어 이날도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행운을 앞세워 월드컵 본선 진출은 확정 지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손흥민의 활약은 노장 3인방(이근호·염기훈·이동국)과 대조됐다.

전반 막판 골대를 맞추는 등 이전과 달리 위협적인 슈팅 시도가 있었지만 무리한 드리블이 훨씬 많았다. 공격 속도를 늦추다 기회를 날렸다. 어떻게든 기회를 이어나가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근호와 달리 손흥민은 가만히 서서 볼을 기다리는 모습도 여러 차례 보였다.

황희찬과 권창훈은 열심히 뛰었지만 실속이 없었다. 유럽에서 인정받은 선수들이지만,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K리거 형님들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근호의 절실함을 배워야 한다. 염기훈과 이동국이 보여준 희생과 노련함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 뛴다는 이유만으로 주전이 보장되는 시절은 지나갔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이청용과 지동원, 석현준 등도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노리며 이를 갈고 있다.

대표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이름값에 만족하고 무언가를 탓하기에 급급하다면, 퇴보만이 있을 뿐이다. 러시아월드컵 진출을 확정하고도 축구팬들의 표정이 썩 밝지 않은 배경에는 이들에 대한 실망이 상당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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