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시대] 문재인 정부, 자치경찰제 도입…실효성과 한계점은?
문재인 정부 공약, 주민 밀착 치안서비스·지방분권 강화 가시화
지자체장 임명 자치경찰, 수사의 독립성·중립성 준수 여부 우려
문재인 정부 공약, 주민 밀착 치안서비스·지방분권 강화 가시화
지자체장 임명 자치경찰, 수사의 독립성·중립성 준수 여부 우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 개헌을 비롯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천명한 가운데, 그중 핵심 내용인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이 가시화 되고 있다. 중앙집권화된 경찰조직을 광역 단위 자치경찰로 나눠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반면, 수사권 이양 문제 등 실행과정에서의 여러 한계점도 지적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요 국정목표 중 하나로 발표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올해 안에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입법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시범 실시를 거쳐 2019년 전국적으로 전면 시행한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자치경찰이 어느 수준까지 권한을 가질 수 있을 지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치경찰에 절도·폭력·교통사고 등에 대한 일반적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지자체장의 권한남용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치경찰제도는 지자체에 경찰권을 부여해 경찰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책임을 일임하는 개념으로, 일부 지역의 특수성에 맞춰 그 지역과 주민을 위한 범죄예방 및 치안활동을 전담하는 역할이다. 기존 국가경찰 제도는 중앙이 전국의 치안행정 서비스를 통일성 있게 추진하며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했지만,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관련해 이전 정부에서는 자치경찰제 도입시 국가경찰과의 업무 중복·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자치경찰의 역할을 교통·방범·경비 등으로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번 정부에서는 지방분권 강화 방침으로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기존 자치경찰의 직무범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 방침에 따르면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교통·방범·안전 등은 자치경찰이, 수사·정보·보안 등 전국 단위 업무는 국가경찰이 각각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2006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유일하게 도입해 시행 중이다. 정부는 현재 제주도에서 제한적으로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자치경찰의 인력은 현재 100여 명에 불과하며, 환경·산림·관광 등 제한된 분야만 수사가 가능하다. 이에 범죄 현장이나 용의자를 발견했을 때 스스로 조치할 수 없어 예방순찰이 주 업무인 자율방범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제주자치경찰 측도 이 같은 한계를 직시하고 있다. 치안과 수사의 경계가 모호한 범죄 등에 어떻게 업무를 분리할 것인지에 대한 역할이 분명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는 수사권 부여 논란으로 확대됐다. 지자체 측에서는 자치경찰에게 일정 수준 이상 수사권을 이양하는 등 폭넓은 권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경우 자치경찰을 지휘하는 지자체장이 수사 과정에 부당하게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장이 지방경찰청장을 임명할 경우 초동수사를 하는 자치경찰이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광역자치경찰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자치경찰제 도입에 본격 시동을 건 모양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10년, 자치경찰제로의 전환을 위한 발전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10월 말 해당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 맞춤형 자치경찰제 모델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관련 논의를 맡는 태스크포스(TF)인 '자치경찰 시민회의'를 구성·운영키로 했다. 여기에는 경찰 관련 학회, 교수, 시민단체, 지역대표 등 외부 인원 22명이 포함된다. 자치경찰 시민회의는 바람직한 자치경찰제 방안을 수렴해 시 당국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이들은 앞으로 포럼·여론조사 등을 통해 자치경찰제 도입 관련 시민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향후 제주자치경찰단의 사례와 해외 자치경찰제 현황을 검토해 시 경찰권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를 위해 △기존 특사경 활용 방안 △조직·인력 구체적 운영방안 △사회적·제도적 여건 마련 등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달 한국자치경찰학회,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공동으로 '자치경찰제 도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포럼'을 개최해 자치경찰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수연 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제주자치경찰에서 보듯 수사권이 없는 경우 단속업무 중 공무집행방해가 있어도 직접 수사할 수 없고, 국가경찰에 수사를 요청해야하는 문제가 있다"며 자치경찰의 수사권 확대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밖에 자치경찰은 중요 범죄에 대한 수사·정보·대공·작전·경호 등을 제외한 지역의 방범·교통·경비 등 경미한 사건에 대한 일반수사 등 민생치안사무를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전문가 조언도 나왔다.
하지만 수사권 문제에서 지역 토호와의 유착과 이권 다툼에 수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수사권을 자치경찰에 부여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장이 수사 과정에 부당하게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자치경찰제의 운영 방식에 대해 정리된 부분이 없는 상황으로,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역할인 만큼 보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결국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효율적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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