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트럼프는 '대화무용론', 한국은 '대화·제재 병행'…엇박자?


입력 2017.08.31 17:45 수정 2017.08.31 21:18        하윤아 기자

미 '군사적 옵션' 카드 만지작…정부는 '대화' 필요성 강조

전문가 "이 상황에서 대화 먼저 끄집어내는 것은 옳지 않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발사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신문이 공개한 '화성-12'형 발사 장면. 노동신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는 답이 아니다"면서 대북 대화무용론을 천명해 대북기조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이라는 대북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한미 간 북핵 접근 방식에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해왔지만, 터무니없는 돈을 지불해왔다"며 "대화는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40여 분간 통화를 하고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며 대북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지만, 대화가 북핵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한 뒤 태평양을 겨냥한 추가적인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데다, 조만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추가 발사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응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효용성을 공식적으로 부정함에 따라 향후 미국이 대북압박에 방점을 둔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을 통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예방공격이나 선제타격 등 대북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비쳤다.

미국이 다시금 '군사적 옵션' 카드를 꺼내드는 등 대북기조가 강공 모드로 돌아서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향후 우리 정부가 북핵 대응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낼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9일 미국 워싱턴 백안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정부는 대화와 제재의 병행이라는 현 대북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이를 확인하면서 "북한이 결코 도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대화와 평화적 해결의 길로 나오도록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중남미협력포럼(FEALAC) 외교장관회의 개막식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끄는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 소장(고려대학교 SSK 연구단 교수)은 "대화와 제재의 병행은 역대 정부도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대북정책 기조"라면서 "다만 북한이 도를 넘는 도발을 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기본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대화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북한이 이번에 일본열도를 통과하는 중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국과 미국, 일본 모두를 위협한 것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대화를 먼저 끄집어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발사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등 추가적인 전략 도발도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공조를 통해 제재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미국이 사용할 카드가 제한적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무용론 언급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레토릭(수사)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는 답이 아니라고 했는데 외교적 해법이 고갈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절대 외교적 해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미뤄 미국이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