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모집 시작한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번에도 낙하산?
내부 '업무 공백 최소화' vs. 외부 '대외 업무 경쟁력'
뚜렷한 장단점…내부 인사 가닥시 공채 22기 '유력'
한국거래소가 후임 이사장 공개모집을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거래소 출신 인사가 이사장직에 오를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이 임기 내내 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친박' 논란에 시달려왔고 문재인 정부가 낙하산 인사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31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 이사장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며 사의를 표명하자 열흘만인 지난 27일 후임 이사장 공개모집을 공고했다. 모집기간은 다음달 4일까지로 이날까지 신임 이사장 지원서를 받고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선정해야한다.
같은 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장 선임 안건을 최종 의결하면 이사장 선출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사장을 선출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작업도 마쳤다. 이미 정 이사장이 사의를 밝힌 후부터 외부 관료 출신과 전·현직 본부장들 중심의 내부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외부 관료 출신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유력 후보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등이다. 특히 김 전 청장은 지난 대선에 문재인 캠프에 몸담아 비상경제대책단으로 활동하면서 이사장 후보로 떠올랐다.
내부 출신으로는 22기 공채 출신 동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강기원 전 파생상품시장위원장과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위원장 등이다. 김 위원장이 유일한 현직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거래소 내부 평가다.
이 외에 정치권에서 금융통으로 불렸던 김기식·홍종학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정치권 인사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부와의 협업 부분에서 외압에 맞설 힘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당사자인 거래소는 내부 출신 인사의 이사장 선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내부 출신이 이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최소 6개월 정도의 업무 파악 기간을 절약해 당면한 과제에 좀 더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고위급 관계자는 "과거 외부 인사가 이사장으로 오면 업무를 파악하는데만 반년은 족히 걸렸다"면서 "지난 정부에서 무산됐던 지주사 전환 이슈 등에 대한 이해가 돼있고 기민하게 처리할 수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내부 인사가 이사장이 될 경우 소위 '끗발'이 달려 업무 추진력이 떨어지고 외압에 맞서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 인사가 이사장을 해오면서도 큰 문제를 찾기 힘들었다"며 "정권에 의해 내려온 외부 인사가 외부와의 협상에서 '끗발'을 발휘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거래소는 1956년 출범한 전신 증권거래소 시절을 합쳐 61년간 총 27차례 이사장을 배출했으나 공채 출신 내부 인사는 1999~2002년 박창배 전 이사장이 유일하다. 관료로 활동하다 거래소 고위직으로 옮긴 뒤 이사장으로 올라선 '혼혈' 내부 인사도 2008~2009년 이정환 전 이사장 이후 10년째 명맥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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