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공론화위, 건설현장 찾았지만…반쪽짜리 여론수렴 '험로'
공론화위, 지역 주민 저지에 30여분간 진입 막혀…대치상황 '팽팽'
원전 건설 재개 측 간담회 무산…"추후 일정 협의" vs "공론화위 해체"
공론화위, 지역 주민 저지에 30여분간 진입 막혀…대치상황 '팽팽'
원전 건설 재개 측 간담회 무산…"추후 일정 협의" vs "공론화위 해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지역 주민을 만나기 위해 울산 건설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원전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면담 일정이 무산되는 등 험로에 직면했다.
신고리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과정에서 원전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지역 주민의 확고한 거부 의사로 건설 중단 찬반 양측의 의견 청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론화위는 출범 후 처음으로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을 찾았지만,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공사 중단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저지에 막혀 30여분간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과 위원 5명, 지원단장 등 7명은 이날 오전 건설현장을 방문한 뒤, 오후 찬반 의견을 가진 지역 주민을 차례로 만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었다.
이날 공론화위가 버스를 통해 건설현장에 진입하려 하자 현장의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막아섰다. 서생면 주민협의회 등 신고리 5·6호기 중단 반대 범울주군민 대책위원회 주민 1000여 명은 "공사중단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공론화위와 대치했다.
주민들은 "공론화위원회는 즉각 해체해야 한다"면서 30여분간 시위를 이어갔다. 이때 일부 주민은 진입로를 막아선 채 "(우리가) 뭘 잘못했나", "잡아가라", "위원장이 나와 우리 요구조건을 들어야 한다" 라며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김지형 위원장이 버스에서 내려 주민과 10여분 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시위는 더 격화됐다. 이에 경찰과 주민대표들의 중재로 예정된 시각보다 30여분 늦은 오후 12시께 건설현장 진입이 이뤄졌다. 공론화위는 주민들의 저지로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현장에 들어갔다.
공론화위는 이날 공사가 중단된 건설현장을 둘러보며 한수원 관계자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후 신고리 건설 재개·중단 측 지역주민과 각각 예정됐던 간담회는 건설 재개 측 주민들의 반발로 반쪽짜리 여론수렴에 그쳤다.
공론화위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건설재개 측과 간담회 일정을 예정했으나, 주민들의 거부로 보류됐다. 김지형 위원장은 "오늘은 이런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역 관계자와 만남의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추후 논의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 일정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건설재개 측 면담 일정이 취소됨에 따라 건설중단 측 지역주민 간담회만 일부 성사됐다. 공론화위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울산역 백로실에서 건설 중단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공론화 관련 사항을 함께 논의했다.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은 공론화위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양측간 직접 대화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공론화 작업에서 빠질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이해관계자와 지역주민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라며 "지역주민들과 의견수렴 절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 형태로 의견을 모으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거부 의사는 확고하다.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한수원 노조와 지역 주민, 원자력과 교수 등은 앞서 공론화위의 활동을 중지시켜 달라는 법적 조치에 나선 상태다. 한수원 노조 등은 "신고리 공론화위 설치를 규정한 국무총리 훈령 등의 효력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앞서 이달 초에도 서울중앙지법에 공론화위 효력 정지 가처분 및 무효 확인 소송을 내며 본격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원은 신청인·피신청인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검토한 뒤 이번 주 중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공론화 활동의 적법성 및 원전 관련 관계자들의 피해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하며, 공론화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론화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무효'라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공론화위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본격적인 공론조사에 착수했다. 공론화위는 조사 대행업체로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지난 25일부터 1차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최대 18일간 전국 2만 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를 통해 진행된다.
이번 조사에서 희망자에 한해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고,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2차 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충분한 정보를 숙지하고 합숙토론에 들어가며 3차 조사를 거치고, 합숙토론이 마무리 되면 최종 4차 조사를 통해 공론 조사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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