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정비사업 공동사업 불허…'중견사' 설자리 마땅치 않아
서울 반포주공1단지 등 입찰자격조건으로 컨소시엄 제한 잇따르고 있어
시평 10위 밖 중견사들 강남권 정비사업 진입 점점 희박해져
중견 건설사들의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진출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들이 건설사들의 공동시공(컨소시엄)을 불허하는 곳들이 늘고 있어서다.
그동안 중견 건설사들은 대형사 1개 사가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큰 규모의 사업지에서 컨소시엄을 이뤄 일정 지분을 갖고 참여하면 물량 확보와 함께 시공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공동시공을 제한하는 곳들이 늘면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견사들의 정비사업지 물량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대형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전국 주요 사업지에서 활발히 수주전을 벌이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선정이 한창 이뤄지는 강남권은 이미 대형사들만의 리그로 중견사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사 입찰자격조건으로 컨소시엄 불허를 입찰 조건으로 내거는 정비사업지가 늘고 있다.
현재 시공사 선정 작업이 한창인 대표적인 곳으로는 서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반포15차, 잠실 미성크로바, 한신4지구, 신반포22차, 반포현대 등의 재건축 사업지가 컨소시엄을 제한하고 있다.
이들 사업지는 대형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열띤 홍보전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 밖의 중견사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수주를 위해 기존 브랜드를 뛰어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경쟁을 벌이는 데 반해, 중견건설사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조합원들에게 외면받기 때문이다.
중견 사들은 자구책으로 저렴한 공사비 등으로 무장해 대형사가 맞붙고 있지만 번번이 수주전에서 대형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수도권 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이 끊긴 후 물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몰려들고 있지만, 강남권을 수주한 중견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올해 초 호반건설은 지난 6월 방배14구역에서 롯데건설에 패했고, 앞서 중흥건설 역시 지난 2월 대치제2지구에서 롯데건설과 맞붙어 시공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지난 5월 두산건설이 행당7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대우건설과 수주 경쟁을 벌였지만 대형사의 높은 벽에 가로 막혔다.
이와 함께 현재 신반포13차에서는 효성이, 신반포14차에서는 동부건설이 각각 롯데건설과 수주전을 벌이고 있지만, 업계는 롯데건설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 정비사업 조합들은 미래 가치로 브랜드 인지도를 1순위로 꼽으며 시공 능력이 우수한 중견사들 조차 외면 받기 일쑤”라며 “컨소시엄으로 시공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마저 잃게 돼 더욱 설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분위기는 서울 뿐 아니라 중견사의 정비사업 수주 텃밭인 지방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3구역이 공동시공을 불허하하고 있다. 총 사업비 1조 원이 넘는 시민공원주변 촉진3구역 재개발사업의 입찰에는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이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조합은 오는 9월 중순 최종 조합원 총회를 통해 1곳이 시공자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주요 대형 건설사와 함께 경동건설과 동원개발 등 부산 대형 건설사 등 15곳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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