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인수 물거품되나
니혼게이자이 "도시바, WD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 전환 방침 굳혀"
주거래은행들의 압박 영향...낮은 인수가 걸림돌 가능성도
니혼게이자이 "도시바, WD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 전환 방침 굳혀"
주거래은행들의 압박 영향...낮은 인수가 걸림돌 가능성도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인 도시바메모리 매각 관련 우선협상을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컨소시엄과 진행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시바가 기존 '한·미·일 연합'에서 우선협상자를 교체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SK하이닉스 인수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 날 이사회에서 이달 중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WD 진영과 우선 협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WD 측에는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 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포진돼 있다.
WD 경영진은 조만간 일본을 방문해 오는 31일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조정을 진행중이다. 도시바와 WD간 협상이 진전을 보임에 따라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 등도 회의를 통해 기존 '한·미·일 연합'에서 WD 진영으로 갈아탈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당초 SK하이닉스와 INCJ, 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속한 한·미·일 연합을 반도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6월 중 계약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WD가 국제중재법원에 매각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엔 자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를 요청하는 등 반발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도시바는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서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4월 전에 반도체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WD의 반대로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도시바가 WD 쪽으로 마음을 돌린데는 거래 은행들의 압박이 주효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도시바의 주거래 은행들이 이달 말까지 반도체 사업 매각을 끝내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다만 WD 진영이 제시하고 인수가가 낮아 향후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인수가로 1조9000억엔을 제시해 도시바가 최소 금액으로 요구하는 2조엔에 못 미친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와 WD간 협의가 잘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어긋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도시바는 새 경영재건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시바 한 관계자는 "도시바메모리 내부에 WD에 대한 강한 불신이 남아 있고 한·미·일 연합의 반격 가능성도 크다"며 "WD와의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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