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수가 설안수로..'중국산 짝퉁 화장품' 더 극성
'설화수→설안수', '네이처리퍼블릭→네이처리턴'…유사제품 잇따라
현지 대응팀 만들고 파트너십 맺고…자체 대응 나선 업계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를 베낀 '짝퉁 화장품'이 예전보다 더 활개를 치면서, 사드(THAAD) 배치 여파로 매출이 하락한 화장품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기업은 대응팀을 신설하는 등 가품 유통을 막기 위한 자구책까지 마련하고 나섰다.
25일 현재 한 중국 온라인몰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화장품 '설화수(Sulwhasoo)'와 유사한 '설안수(Sulansoo)'가 판매되고 있다. 제품 하단에는 어색한 한국말이 적혀 있고, 패키지도 설화수 제품과 비슷하다. 네이처리퍼블릭(Nature Republic)을 따라한 '네이처 리턴(Nature Return)'도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을 베껴 만든 제품을 팔고 있다.
중국산 짝퉁 문제는 하루이틀 벌어진 일이 아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에서 한국기업 상표가 도용된 사례는 1019건인데 이중 1005건이 중국 현지에서 발생했다.
또 얼마 전 중국에서 가짜 한국 화장품 23톤을 만들어 판매한 중국인들이 붙잡히기도 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40억원 규모에 달한다.
LG생활건강의 한방 브랜드 '수려한(秀麗韓)'은 발음이 유사한 '슈리한(秀丽韩)'으로 상표권을 등록해 사용하려 했으나 이를 중국 업체가 선점한 탓에 '슈야한(秀雅韩)'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온라인 몰에서 '짝퉁 수려한' 제품이 '슈리한'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실제로 상품을 출시하지 않아도 상표 등록을 먼저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선등록주의를 따른다. 이러한 탓에 기업을 상대로 한 브로커까지 나타나 상표를 무더기 출원하는 부작용도 있다.
해외 진출을 하려는 기업이 상표권을 무단 선점 당한 경우 중국 법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해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LG생건이 2006년 상표권을 되찾으려 하자 중국 당국이 이를 기각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올해 중국 고객이 감소해 이미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주요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2분기 실적은 부문별로 모두 역신장했고, LG생건도 중국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 매출이 줄었다. 중국 저가 위조품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해를 끼치게 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15년 '헤라 미스트 쿠션' 위조상품 8만여점을 국내외로 판매한 일당이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아모레가 짝퉁 제품을 분석한 결과 정품에 포함된 미백 효과를 내는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며, 자외선 차단 효과를 내는 성분 중 일부는 불검출되거나 기준 함량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짝퉁 문제가 지속되면서 업계는 자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자연주의 브랜드 파파레서피는 지난 16일 중국 최대 역직구 플랫폼인 '티몰 글로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파레서피는 이번 협약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을 혼란케 하는 가품 이슈를 해결할 계획이다.
김한균 파파레서피 대표는 "특허 기술을 적용한 QR코드 스티커 부착과 어플리케이션 개발로 정품 인증 솔루션 구축에 힘쓰고 있다"며 “이번 협약으로 중국 내 정품 유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모레와 LG생건은 중국법인에 전담부서를 만들어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모레는 지난 1월 라네즈 브랜드의 홈페이지인 것처럼 위장해 제품을 판 중국 사이트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이트는 결국 폐쇄됐지만 이처럼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이뤄지는 통해 짝퉁 문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특허청도 위조상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국내 브랜드 상표권 보호에 노력하고 있지만, 짝퉁을 만들어 파는 행위들이 다각도로 진화하고 있어 이를 근절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이에 기업 차원의 피해 예방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지식재산권 관련 부처 관계자는 "워낙 많은 제품들이 유통·판매되고 있어서 정부가 모든 걸 단속, 관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며 "중요한 건 상표권 권리자인 기업이 모조품 유통 현황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위조품이 유통되고 있는지 아닌지도 기업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짝퉁 판매가 엄폐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기업들이 직접 현지에서 증거를 수집하거나 공안 협조를 구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실태가 파악이 되면 정부가 즉시 행정단속을 하거나, 중국 공안같은 수사당국의 협조를 구하는 등의 지원 체계는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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