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압박 강화…ARF서 북미 '외교전쟁' 격화 조짐
미, ARF 참석국에 대북제재 필요성 강조 압박 수위 높일듯
북, 리용호 필두로 핵 개발 정당성 주장하는 기회로 활용
미, ARF 참석국에 대북제재 필요성 강조 압박 수위 높일듯
북, 리용호 필두로 핵 개발 정당성 주장하는 기회로 활용
북한이 두 차례의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6~8일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에는 북한을 비롯해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미·일·중·러 등 총 27개국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은 최근 북한이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긴장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만큼, 이번 ARF를 대북제재·압박을 위한 협력의 장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북한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금지 ▲북한 선박 및 유엔 대북제재 거부국가 선박 운항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의 내용을 담은 전방위 제재안을 정식 발효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한 상황이다.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대행은 이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 압력을 증폭시키고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무기 프로그램 개발의 기회비용이 무엇인지북한이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틸러슨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의 회동과 관련, "계획이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 ARF 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의 대북제재 동참을 거듭 촉구하는 한편, 현재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요구하는 등 대북압박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번 ARF 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양자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미 고위 관리들은 북핵 해결과 관련한 중국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토대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조치 가능성도 시사한 상황이다. 이에 이번 ARF에서 틸러슨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만나 북핵 대응 방안에서 합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ARF 참석 국가들을 상대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북한은 이에 맞서 리용호 외무상을 중심으로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ARF 계기에 외신들을 상대로 소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고 핵보유,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정당성을 강변해왔다. 이에 미뤄 북한은 이번 ARF에서도 리 외무상을 비롯한 주요 외교관들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최희철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필리핀으로 보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였다. 지난달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필리핀을 방문한 최 부상이 엔리케 곤살레스 마날로 필리핀 외교차관과 회담한 사실을 전하며 "공화국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들의 정당성과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이룩되고 있는 성과들에 대하여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ARF에서의 성과는 포럼 일정이 모두 종료된 뒤에 나오는 의장성명에 반영되는 만큼, 미국과 북한은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문안이 성명에 담기도록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장성명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문구가 처음으로 들어갔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아세안 측의 지지와 북한에 대한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겨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의 문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며 자신들의 핵 개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는 취지의 주장을 성명에 반영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ARF 의장국이 북한과 친선·우호 관계를 맺고 있던 라오스였음에도 북한은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문안을 성명에 담는 것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ARF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에 개최되는 점, 의장국인 필리핀을 비롯한 여러 아세안 국가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고 있는 점 등에 미뤄 북한의 주장이 이번 성명 문안으로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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