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혐의' 부인...법조계 "재판부 고민 깊어질 듯"
총 9시간 걸친 공판서 적극적 자세로 대응..."경영권 승계 관심없었다"
4개월간 공방 치열..."증거와 증언은 부각되지 않아"
9시간 걸친 공판서 적극적 자세로 대응..."경영권 승계 관심없었다"
4개월간 공방 치열..."증거와 증언은 부각되지 않아"
재판 시작 이후 4개월만에 처음으로 말문을 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종료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일과 3일 양일간 총 9시간 동안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특검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을 끝으로 증인신문에 이어 피고인신문도 마무리된 가운데 특검이 기소 혐의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면서 향후 재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일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이 날 오후 11시20분까지 7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저녁식사 시간 등 휴정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총 5시간에 걸쳐 심문이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와 배임 등 기소혐의에 대해 부인하면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섰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 청탁 없어...승마지원 미전실 주도로 이뤄져”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뤄진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특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삼성물산 합병 지원 청와대 청탁,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등의 이슈에서 자신은 한 발 물러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에 소속된 적이 없고 삼성전자 소속으로 업무도 95% 이상 전자와 전자계열사에 관한 것이었다”고 강조하며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잘 모르는 사업이어서 계열사 사장들과 미전실 임원들의 의견을 많이 따랐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의 가장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난 2015년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승마지원도 이에 대한 대가성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이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면담 과정에서 승계작업을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특검은 대통령이 합병 성사를 도와준 것을 포함해 승계작업 현안을 정부가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했느냐"고 묻자 역시 "없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면 승계 작업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은 전자소속인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여서 계열사 사장들과 미전실 임원들의 판단에 많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특검이 두 사람이 승마지원을 담보로 경영권 승계 지원을 합의했다고 보는 핵심 근거인 안종점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내용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수첩에는 대통령과 대화하지 않은 내용도 적혀 있어 실제로 오간 대화로 100%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당시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존재를 알지 못해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청이 최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임에도 승마지원이 미흡하다는 질책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회의를 거쳐 임원들에게 지시를 해 당시 요청받은 승마지원이 모두 처리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독대이후) 회의를 2번이나 하고 (최지성) 실장이 챙기겠다고 하고 인사팀장이 지원도 하고 해서 더 이상 제가 할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슨 문제가 있더라도 실무 레벨에서 다 해결이 되겠거니 그리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도 알지 못했고 나중에 문제가 되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지분 큰 의미 없어”...혐의 입증 실패한 특검
이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자신만의 명확한 경영철학까지 밝히면서 오너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승계 의혹을 제기한 특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분에 많고 적음이 아닌, 회사의 미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강조하며 자신은 회장직 승계도 고사해 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처럼 규모가 큰 회사는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며 "지분으로 경영권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분만으로 따지면 나는 삼성전자보다 삼성물산이 더 많다"며 "하지만 내가 대주주로 있자면 잘 모르는 삼성물산보다 지분은 거의 없지만 열정을 갖고 일해 온 삼성전자가 실질적으로 내 지배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건희 회장 와병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안팎에서 회장직 승계 이야기가 나왔지만 “제가 아직 준비가 덜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승계를 고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내에서든 사회에서든 환영을 받으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삼성 안팎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을때 회장직에 취임하는 것이 온당한 절차"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피고인 신문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응한 가운데 특검은 이번에도 기소혐의를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 4달에 걸쳐 진행된 증인신문에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도 혐의 입증을 위한 뚜렷한 증거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향후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초부터 시작된 준비기일을 포함하면 총 5개월간 진행된 재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간 공방은 치열했지만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와 증언은 크게 부각되지 못한 모습”이라며 “양측의 논리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결심과 선고공판의 중요 변수로 작용하게 되면서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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