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삼성 사장, '영재센터 서류' 진술 왜 바꿨나?
제49차 이재용 부회장 공판서 특검조사 진술 번복
3차 독대 후 JY출차시간 뒤늦게 확인...물리적으로 서류전달 불가능
제49차 이재용 부회장 공판서 특검조사 진술 번복
3차 독대 후 JY출차시간 뒤늦게 확인...물리적으로 서류전달 불가능
장충기 전 삼성 사장은 왜 특검조사시 했던 진술을 바꿨을까. 장 전 사장이 지난 1일 열린 ‘이재용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제27부 부장판사 김진동)에서 특검의 서증조사 내용을 바꾸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날 논란이 됐던 부분은 2016년 2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 3차 독대 후 삼성측에 전달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지원내용이 담긴 ‘서류봉투’에 관한 것이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 전 사장은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서 진술했다. 장 전 사장은 이날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3차 독대할 때 받은 영재센터 기획안이 든 서류봉투를 넘겨받았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받은 것 같지만 이것도 추측일뿐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는 과연 특검의 주장대로 이 부회장을 위해 유리한 정황을 만들기 위해서였을까. 이같은 궁금증을 안고 지난 공판내용을 살펴봤더니, 이는 기우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차량이 독대 후 청와대 안가 출차시간과 영재센터 서류가 처음으로 인쇄된 시간과 장소 때문이었다. 이 서류가 서울 청담동에서 처음 출력(인쇄)돼 청와대 안가로 전해지기까지의 이동시간을 추론해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재센터 기획안이 담긴 서류봉투에 관한 내용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21일 6차 공판에서다. 당시 특검은 서류증거자료를 공개하면서 지난해 2월 15일 오후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3차 독대를 가진후 서류봉투를 건네받았다며 이를 청탁과 뇌물이 오간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서류조사와 통화기록, 그리고 이후 34차 공판(2017년 6월 30일)시 3차 독대와 관련된 확인서 등을 종합해보면, 장 전 사장이 특검진술내용을 법정에서 왜 바꿨는지 이내 알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차량은 작년 2월 15일 오전 10시 23분에 출입해 11시 8분에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출차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 문제의 영재센터 기획안이 담긴 서류가 처음 출력(인쇄)된 것은 당일 오전 9시 55분 서울 청담동 장시호씨 자택에서다.
장시호는 이 문서를 퀵서비스를 통해 최순실에게 전달했다. 이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에서 확인됐다. 장시호는 오전 10시쯤 최씨에게 경비실에 맡겨뒀다고 문자를 보냈고, 최씨는 오전 10시 15분 ‘잘 받았다’고 장시호에게 답장했다. 이후 최씨는 오전 10시 17분 자신의 운전기사인 방준훈에게 전화했다. 여기까지는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후 오전 10시 17분부터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를 나온 11시 8분까지 약 30분간의 공백이 생긴다.
이 30분간을 상황에 맞춰 추론해 보자. 최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청담동에서 서류봉투를 들고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에게 전달했다면, 거리와 시간 등을 계산해봤을 때 아무리 빨라도 오전 11시는 족히 넘었을 것이다. 이후 이 서류가 정호성 전 청와대 대통령부속비서관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전달되고, 다시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대를 마친 후 안가를 빠져나간 이 부회장의 차량 출차시간은 오전 11시 8분으로,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이 서류를 직접 전달한다는 것이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더군다나 '격'을 따지는 일국의 대통령이 직접 서류봉투까지 건네면서 지원지시를 했을까. 이는 상황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설득력이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장 전 사장은 특검 조사시 이같은 시차적 정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랬을 것’이란 추측으로 진술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 재판을 통해 본인의 진술이 정확히 사실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추측진술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서류봉투를 건네받았다'는 진술은 ‘팩트’가 아니었다는 점을 정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관련, 이 부회장은 "영재센터 서류봉투를 전달받은 기억이 없다. 만약 대통령으로부터 서류봉투를 건네받았더라면, 차 안에서라도 열어봤을 것이다"며 일관된 진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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