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통마진 공개 요구…프랜차이즈업계 깊어지는 ‘속앓이’
불공정거래 근절에는 동의하지만 마진 공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로열티 수익 구조 전환 앞서 로열티 납부 의무화 등 제도 마련돼야
프랜차이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들어 프랜차이즈 오너의 각종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비난이 거센 데다 불공정거래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하고, 유통마진 공개 등 자구안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9일까지 피자, 치킨, 분식, 제빵 등 외식업종 50개 브랜드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종별 주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포함됐으며 제품 원가와 유통마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부터 서울시도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의 갑질 행위 등에 대해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다.
프랜차이즈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일부 관행처럼 이어져 온 불공정 거래 관련 행위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근거로 유통마진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마진은 기업의 핵심 비밀에 속하는 영역”이라며 “전 산업군 중에서 유통마진을 공개하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통마진이 공개될 경우 향후 가격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업종별 유통마진 상한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오너리스크를 비롯해 각종 논란으로 가맹점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면서 가맹점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공정위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차례 업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상조 위원장이 현재 진행 중인 가맹본부 실태 조사에 대해 연기 및 중단 계획이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이상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공정위의 요구대로 유통마진을 공개하고 로열티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기에 앞서 로열티 납부를 의무화하는 법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로열티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로열티에 대한 가맹주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가맹본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필수 구입물품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겨 이득을 취하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러닝 로열티를 받는 가맹본부는 34% 수준으로 전체 프랜차이즈업계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국내는 아직 로열티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아 가맹점주들이 내지 않아도 되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하고 로열티 중심의 사업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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