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구상' 아까워하지말고 근본적으로 바꿔라
<칼럼>우리의 선택은 이제 '선 북핵폐기 후 대화, 선 채찍 후 당근'
"금번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28일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에 따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한 발언이다.
'단호한 대응'과 '베를린 구상'의 병행, 이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강압흥정'이라는 말처럼 어떤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하더라도 과연 '현상황'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햇볕정책이든 달빛정책이든 유화정책으로서는 결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북핵과 미사일은 6·25전쟁 직후 김일성부터 시작된 북한 국가 대전략의 핵심 요소이며 북한이 꿈에도 그리는 강성 대국의 결정적 요소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존 외교·안보 전략의 판 자체를 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헨리 키신저 박사에 의하면 "어떤 나라가 핵무장에 성공하는 경우 그 나라의 핵무기는 이웃 나라들과 무언(無言)의 '불가침 협정'을 체결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화와 설득으로 북핵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인가?
예컨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고, 침략도 하지 않을 것이며, 체제도 보장해 줄 테니 미국과 국제사회를 믿고 핵을 포기하라고 설득한다고 가정해보자.
북한이 과연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필자의 판단으로는 북한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제안이다.
왜냐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본질적인 이유는 미국이나 국제사회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에게도 핵은 생존의 문제다. 더 나아가 현대 문명사회에서 결코 존재할 수 없는 3대 세습체제 유지의 유일한 조건이다. 생존의 문제와 체제유지의 핵심조건은 결코 국제사회의 선의에 의존할 수 없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단 하나다.
'선 북핵폐기 후 대화, 선 채찍 후 당근'
바로 필자가 강조하는 대북정책이다.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햇볕과 포용에 길들여진 북한의 오만 방자한 행태에 끊임없이 끌려 다니며 뇌물로 달래는 관행은 더 이상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퍼주기를 통해 북한정권의 자비와 선의를 구걸하여 얻은 평화는 지속 가능한 평화가 아니라 북한이 선의를 거두어들이는 순간 위태로워지는 굴욕적 평화이며, 평화의 환상일 뿐임을 새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외교나 안보에 있어서 대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런데 과거 정부에선 종종 대화 자체를 '업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북한에 무리한 퍼주기를 하는 경향이 많이 있었다.
누구보다 이러한 생리를 잘 아는 북한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 이제는 정말 이러한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 군사전략가 베제티우스의 말은 동서와 고금을 통해 역사적으로 증명된 진리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60여 년간 대립하고 갈등해 온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로 들어서는 대전환을 이끌어냈다는 '역사적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만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대 조건이며,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내치에 실패한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패배로 끝나지만 외교ᆞ안보에 실패한 대통령은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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