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만난 프랜차이즈업계 “불공정행위 근절대책 원칙적 수용”
협회 “원가 공개 등 과도한 시장개입은 산업 근간 흔들 수 있다”
업계와 세밀한 협의 부탁…사실상 자정 기회 요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날 만남에서 협회는 공정위가 요구한 유통마진 공개를 비롯해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을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과도한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하며 사실상 업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자정 기회를 요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대화에는 김상조 위원장, 정진욱 기업거래정책국장, 신영호 대변인 등 공정위 인사와 박기영 협회장(짐보리), 이규석 수석부회장(돈까스클럽 등), 이범돈 수석부회장(크린토피아), 송영예 수석부회장(바늘이야기), 김영철 부회장(놀부), 김익수 부회장(채선당), 신신자 부회장(장충동왕족발) 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 7명이 참석했다.
이번 만남은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장이 공정위원장의 면담을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협회는 공정위가 지난 18일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하자 '자정할 기회를 달라'며 일부 업체를 상대로 진행 중인 실태 조사 등을 전면 중단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유통하는 필수물품 관련 주요 정보를 공개하고 피자‧제빵 등 외식업종 주요 50개 프랜차이즈의 필수 물품 정보를 분석‧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통해 협회가 공정위에 자구안을 제출하고 이를 근거로 자정 기회를 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날 김 위원장은 “프랜차이즈가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근의 대만 카스테라 폐업 사태, 가맹본부 오너의 추문으로 인한 불매운동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랜차이즈의 문제는 새롭게 진화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너지를 통한 이익 창출·공유의 상생 모델인 만큼 협회의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며 "유통마진이 아닌 이익기반의 로열티로 수익구조 전환, 물품구매에서의 사회적 경제 실현 등 선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을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공정위가 발표한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면서도 "원가 공개 등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자칫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버릴 우려가 높다. 구체적인 추진 사항에 대해서는 공정위도 세밀한 협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어려움과 고통은 프랜차이즈가 견뎌야 할 성장통이라는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의 말에 대해서는 “IMF 이후 급성장하면서 쌓아온 관행과 구태를 벗어나기 위해 알을 깨는 과정에 따른 고통”이라며 “오랜 껍질을 벗어던지고 반드시 거듭나겠다”고 답했다.
이어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의 95%는 연간 매출액 200억원 미만, 65%는 1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로열티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대부분 기업들이 물류유통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투명 경영 ▲윤리 경영 ▲상생 혁신안 ▲을의 눈물 방지 ▲일부 오너의 사회적 물의 사죄 등 5가지 개선 실천 계획을 밝혔다.
협회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등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정부의 압박을 의식한 듯 공정위의 방침에 원칙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하면서 업계의 반발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유통마진 공개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업계와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스스로 개선할 시간을 기회를 요청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18일 공정위의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 발표 이후 업계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로열티 수입이 적은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맹점으로부터 브랜드 로열티를 받는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는 전체의 36%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이익 구조로 인해 가맹 본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물품공급이나 인테리어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에서도 유통 마진 공개와 로열티 문제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 정부 들어 프랜차이즈업계에 정부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업계도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BBQ는 필수품목을 최소화하고, 필수품목을 제외한 항목들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선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정부 방침대로 품목별 유통마진도 공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9월부터 가격과 광고, 판촉 등 가맹 사업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실질적 대표기구로 동행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BHC도 지난 12일 사회공헌과 상생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대 55일까지 걸리던 가맹점 결제 기간을 3일 이내로 줄였다. 인테리어 비용을 낮추고 불필요한 설비를 없애 가맹점 부담도 줄였다.
또 가맹점 사업주가 의견을 올리면 관련 부서에서 24시간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는 ‘신바람 광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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