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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인사참사-4] 청문회, 여야 정쟁 '수단'으로 전락


입력 2017.07.19 00:30 수정 2017.07.19 10:55        황정민 기자

막무가내 ‘흠집’ 내려는 야당 관행 문제

문재인 대통령 ‘5대 배제 원칙’…자승자박

5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우원식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는 이야기는 시대와 조직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되는 금언(金言)으로 여겨진다.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두는지에 따라 일의 성패는 물론이고 조직의 명운이 갈린다. 그 가운데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집행하는 인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매 정권마다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낙마자가 나와 조각·개각이 지연되는 인사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인사권자의 좁은 시야가 문제인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은 후보자의 하자가 문제인지, 아니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서 그런지, 야당이 뭔가 대가를 바라는 협상카드로 활용해서 그런지, 여러 각도에서 참사의 원인을 살펴보고 제도적 개선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정쟁의 ‘수단’이 돼버린 인사...주객(主客)을 오가다

국회는 7월 임시회 마지막 날인 18일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벼락 심사’에 여념이 없었다. 여야 지도부와 소관 상임위는 이날 오전부터 숨 가쁘게 릴레이 회담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팽팽한 이견으로 접점을 끌어내기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안건 처리는 다음 회기를 바라보게 됐다.

국정운영과 직결된 주요 현안들이 회기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논의를 본격화한 데는 ‘인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가 지난 5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임명강행하자 '보이콧' 선언으로 맞섰다. 이로 인해 소관 상임위에서 추경안 예비심사와 정부조직법안 논의는 몇 발짝 내딛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여야가 인사 문제를 구실 삼아 중요 현안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질타가 쏟아지는 이유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조작 사건으로 최대위기를 맞은 가운데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전 대표, 김유정 대변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처럼 인사문제는 국정현안을 마비시키는 ‘주체'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객체’로 전락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여야 정쟁의 희생물로 악용되는 것이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낙마를 둘러싼 청와대와 국민의당 사이 ‘물밑거래’ 의혹이 대표적이다.

여당 대표의‘머리자르기’ 발언으로 분노하던 국민의당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방문과 동시에 '여당에 협조하겠다'며 돌연 표정을 바꾸자 정치권에선 의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와대가 국민의당에게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 수사를 당으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카드를 등 뒤로 쥐어주면서 조대엽 후보자 낙마를 추경 심사 재협조의 명분으로 삼게끔 했다는 것이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엊그제까지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국민의당이 청와대와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길래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지 (사유가) 안 밝혀지면 분명한 야합”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같이 인사가 여야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데 대해선 두 개의 엇갈린 진단이 있다.

막무가내 ‘흠집’ 내려는 야당이 문제

일각에선 야당 책임론을 꼽는다. 야당이 여당 ‘흠집내기’의 일환으로 후보자 가족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등 무리수를 둔 결과라는 시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매 정부마다 야당이 되면 늘 인사 검증 대상자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한다. 후보자도 아니고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요구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자녀 문제로 약점을 잡아보겠다는 구태 정치로 밖에 안보인다”고 토로했다.

지난 13일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야3당이 박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를 문제 삼고 나선 데 대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학교생활 기록부가 청문회에 왜 필요한 자료인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한 것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에서도 '자제론'이 제기된 바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과거 민주당이 한 떼쓰기 방식은 내가 하지 말라고 했다”며 “부적격자임이 분명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게 현행제도다.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걸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이 알면 됐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대위 특보단장인 김태년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교수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한 증거 추가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짧은 부교수 경력, 채용계획 수립 전 추천서 수령, 연구 실적 미비 등을 채용 특혜 근거로 제시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통령 ‘5대 원칙’...스스로 빌미 제공한 셈

반면, 현 정부의 인사 난맥은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탓이 더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고위공직자 배제 비리 5대원칙’이 인사 참사의 원인이 돼버린 셈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사항에 해당하는 자에 한해선 고위공직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운 공약이다.

하지만 집권 후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5대원칙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만 따져 봐도 이낙연 국무총리·강경화 외교부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4개,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2개 사안에 해당됐다. 이에 야당은 스스로 천명한 원칙을 어긴 데 대해 ‘사과하라’며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현진권 경제평론가는 “민주당도 야당 시절 후보자 가족의 흠집을 들춰내 공격하던 과거가 있는 만큼 여야 공수가 바뀌자마자 인사검증 기준을 바꾸자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 민주당 기준대로 무결점 후보를 내세워 국민의 신뢰를 받은 후에야 정책검증 위주의 청문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정민 기자 (jungm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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