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운 무구루사, 영웅 비너스에 베이글 굴욕
1세트 역전 뒤 2세트서 6-0 압승
우승 뒤 코트서 펑펑 울며 희열 만끽
가르비네 무구루자(24·스페인)가 비너스 윌리엄스(37·미국)의 아성을 깨고 생애 첫 윔블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무구루자는 16일(한국시간) 영국 올 잉글랜드 클럽서 막을 올린 2017 윔블던 테니스 결승에서 비너스를 2-0(7-5 6-0) 완파하고 정상에 등극했다. 2년 전 비너스의 동생 세리나 윌리엄스에 패해 윔블던 준우승에 머물렀던 무구루자는 ‘언니’ 비너스를 누르고 코트에서 펑펑 울었다.
지난해 프랑스 오픈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랭킹 1위’였던 세리나 윌리엄스를 2-0(7-5, 6-4)으로 누르고 “너무 흥분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던 무구루사가 이번에는 메이저대회 무대 결승서 언니 윌리엄스를 밀어냈다.
약 30억 수준의 상금을 받게 될 무구루사는 경기 후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TV로 봐왔던 영웅 비너스를 꺾고 윔블던을 차지했다. 꿈만 같다. 2년 전 세리나가 윔블던 결승에서 나를 꺾고 다가와 ‘꼭 기회는 올 것’이라고 위로했는데 정말 실현됐다”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윌리엄스는 준우승에 머물면서 2008년 이후 9년 만에 윔블던 탈환에 실패했다. 만 37세 1개월인 윌리엄스가 이겼더라면 임신으로 불참한 동생 세리나 윌리엄스의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35세 4개월호주오픈)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비너스는 주무기 서브의 위력이 떨어졌고, 중요한 순간 범실을 저지르며 무구루자에게 포인트를 헌납했다. 무구루자의 안정적인 스트로크와 끈질긴 수비가 있어 가능했던 양상이다. 4-5로 끌려가며 1세트를 내줄 위기에 놓였던 무구루자는 침착했다. 흔들리지 않은 무구루사는 20차례에 가까운 랠리 끝에 포인트를 따냈다. 허탈한 비너스는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무구루사는 그 틈을 타 비너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1세트를 따냈다. 혈전을 치른 비너스는 2세트 들어 지쳤다. 서브의 위력은 더 떨어졌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범실도 잦았다.
흐름을 놓치지 않고 무구루자는 반 박자 빠른 공격과 편안함이 느껴질 정도의 스트로크로 비너스의 구석구석을 찌르며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2세트를 따냈다. 이른바 베이글 스코어가 나온 것이다. 1게임도 따내지 못한 비너스는 한계를 인정한 표정을 지었고, 무구루사는 잔디에서 펑펑 울며 세계 최고 권위의 윔블던 우승의 희열을 만끽했다.
스페인인 아버지와 베네수엘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무구루자는 신장 182cm의 늘씬한 몸매와 빼어난 외모를 자랑해왔다. 이제는 윌리엄스 자매를 모두 꺾고 메이저대회 트로피까지 차지하며 차세대 슈퍼스타 자리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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