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소사실 무관 추측 진술...혐의입증 효력 의문

비핵심 계열사 매각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 등 리더십 높게 평가

강한 주장 대비 증거·근거 제시 부족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비핵심 계열사 매각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 등 리더십 높게 평가
강한 주장 대비 증거·근거 제시 부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현안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집단 의사결정체제를 취하는 등 과거 이건희 회장 시절과는 달라진 경영방식을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재벌 저격수로 활약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에서 나온 언급으로 이 날 재판에서는 강한 주장을 입증할만한 증거와 근거는 부족한 양상으로 지속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 등 4인이 주요 사안들을 논의해 처리한다고 말했다”며 김 전 사장에게 들은 내용을 밝혔다.

이어 “특별한 외부 출장이 없는 한 이들이 매일 사무실 모여서 회의 한다고 들었는데 놀라운 답변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 때와는 사뭇 다른 경영방식이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 시절에는 이학수 전 부회장 등 미래전략실의 참모 조직이 기본적인 의사 결정안을 만들어 보고하면 이 회장이 최종 승인하고 집행했던 것과는 달리 이 부회장이 보다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경영을 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상호 이견이 있을 경우에는 10건의 결정사항이 있으면 이중 4건은 이 부회장 의 뜻을 따르고 6건은 참모들이 건의한 대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날 재판에서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 개혁과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 온 김 위원장이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평가한 증언도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가 재판 말미에 “비 핵심 계열사의 매각 등이 경영의 책임성과 리더십을 나타낸다며 승계와 관련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지배력 확보와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은데 대한 답변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배 지분을 높인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방산 및 화학회사, 건설∙플랜트 매각 등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부회장의 리더십과 관련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 날 재판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검토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증거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면서 발언의 수위에 비해서는 알맹이가 없어 증언이 재판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등 모든건 미전실에서 추진했다”면서도 “증거를 대라면 할수는 없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 법무팀장으로 양심선언을 한 김용철 변호사도 당시 증거를 제시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것(사실로 입증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며 “그래서 재판을 하는 것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날 김 위원장의 증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들은 이야기로 치중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종합 의견을 통해 “김 위원장의 증언은 공소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치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승계 작업의 의미에 대해서도 너무 막연하고 포괄적으로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고 추측 단정에 치우쳐 있고 특검 제안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면서 “유일하게 경험한 것이 김종중 전 삼성 사장과의 대화인데 이 또한 대부분 공소사실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