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증권사 금리장사 혈안…키움증권 11.8% '독보적'
증권금융 등에서 2~3% 이자로 빌려 투자자에게 최대 11% 이자 부과
업계 "리볼빙 금리보다 낮고 투자자도 문제라 생각 안 해"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신용거래 융자'가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융자 이자율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시중의 대출금리와도 맞지 않을 뿐더러, 싼 이자로 빌린 자본을 다시 비싼 이자로 융자하고 있어 소비자로부터 적잖은 가욋돈을 챙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3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일 계속되는 코스피 랠리에 지난달 28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8조5103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 융자가 늘어난 까닭은 우리 증시가 '빚을 내서 투자할만큼'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는 분석이다. 코스피는 지난 26, 27일에 이어 29일에도 장중 사상 최고치인 2400고지를 돌파하는 등 증시가 연일 고점을 찍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8조원이 넘는 신용거래 융자에 대해 시중금리(2.8%~4%)는 물론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보험사 약관대출 금리(4% 후반)보다도 고금리를 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증권사별로도 두 배가 넘는 차이의 '엿가락 이자율'을 부과해 투자를 시도하려는 투자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금투협 전자공시에 따르면 30일 현재 협회에 등록한 54개사 중 15일 이내 이자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키움증권으로 11.8%의 이자를 부과하고 있어 가장 낮은 이자율을 부과하는 교보증권(5.0%)과는 2배가 넘는다. 케이티비투자증권(9%), 이베스트투자증권(8%) 등이 뒤를 이었다.
증권사들은 고리의 이자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거래를 위한 자금을 한국증권금융 등으로부터 2~3%대로 대출받아 최소 5% 이상의 금리로 투자자들에게 되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해로 놓고 보면 신용거래 융자 이자로 증권사가 벌어들인 돈은 총 5123억원에 달한다. 이중 1위는 키움증권으로 한 해 이자로만 736억원을 벌어들였다. 삼성증권(512억원)과 NH투자증권(446억원), KB증권(445억원), 미래에셋대우(42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는 올해 증권사들의 이자 수익이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이자율이 높은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이자율 수익으로만 194억원을 챙겼다.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240억원), 한국투자증권(133억원), KB증권(121억원), NH투자증권(107억원) 등도 1분기에만 100억원이 넘는 '고수익'을 올렸다.
특히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증시 열풍에 힘입어 전년 1분기(158억원)나 2015년 1분기(148억원)에 비해 30여억원을 더 벌어들였다. 업계는 코스피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돌파한 2분기 자료가 공시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의 20%대 리볼빙 금리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도 아니고, 투자자들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용거래 융자가 단기투자목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때 쓰이는 단타매매용이기 때문에 금리타격성도 낮다. 금리가 2~5% 높더라도 실질적인 지불금은 많아야 1만원 정도로 투자자들이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반대매매 등으로 신용거래 융자에 대한 증권사의 리스크는 사실상 제로인 상태에서, 빌린 돈에 높은 이자율을 붙여 연간 수백억원 이상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상황은 알고 있지만 전적으로 증권사 자율에 맡겨진 신용거래 융자에 대해서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공표한 '제3차 국민체감 20대 금융 관행 개혁' 추진 계획에 따라 2·4분기 내 증권사별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체계에 대한 적정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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