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모델' 사라지는 패션업계…신 광고 트렌드 될까
모델 아예 쓰지 않거나 특정 라인에만 기용하는 브랜드 잇따라
"스타들이 몸에 걸치기만 해도 광고 효과"…모델 계약 선호도 떨어져
'브랜드의 얼굴'이 사라지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대형 스타를 원톱으로 내세우는 방식이 점차 줄고 있는 추세인데 이같은 움직임은 새로운 광고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케이투코리아의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지난 2월 가수 겸 배우인 샤이니의 멤버 민호를 '플라이워크(Flywalk)' 라인의 모델로 발탁했다. 기존에는 배우 현빈이 K2 대표 모델로 6년간 활동했다. K2는 올해 현빈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제품 라인에만 민호를 모델로 기용했다.
이랜드그룹의 SPA브랜드인 스파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는 아이돌그룹 엑소(EXO)를 전속모델로 선보였으나 올해는 엑소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전속모델 자체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제과업체인 빙그레나 '짱구', '포켓몬' 등 만화 캐릭터와의 협업 제품을 출시하는 데 매진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한 명의 대형스타를 전속모델로 두기보다 제품 라인별로 모델을 쓰는 것이 좀 더 폭넓은 소비자를 브랜드에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면서 "사람이 직접 광고하는 제품이 아니라 캐릭터와 콜라보한 제품 라인도 소비자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K2와 스파오의 광고 전략 변화는 각기 다른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 증가해 3000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2009년 론칭한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해온 흐름을 이어가 올해는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및 캐주얼 상품을 확대해 성장세를 유지 하겠다는 속내다.
반면 케이투코리아의 실적은 2014년부터 연이어 하락세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되고 브랜드 경쟁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K2는 젊은 감각의 제품 라인에만 아이돌 출신 모델을 선보이며 에슬레저를 즐기는 2030 세대로 소비자층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전속모델이 사라지는 현상은 새로운 패션업계의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는 "톱스타가 브랜드와 정식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것보다 여러 연예인이 공개석상에서 제품을 몸에 걸치고 나오는 게 더 광고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SNS 등 온라인 소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한 명의 전속모델이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한편 여전히 기존 모델을 고수하며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대표적인 게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다. 네파는 올해로 4년째 배우 전지현을 전속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밀레도 배우 박신혜를 4년째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서혜민 네파 마케팅본부 과장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아이콘인 전지현을 기용하면서 네파가 스타일리시안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전지현 효과'는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지난해 겨울 전지현이 드라마 속에서 입었던 '알라스카 다운' 화이트 컬러는 '전지현 반사판 패딩'이라는 애칭이 붙으며 입소문이 나 2년 연속 완판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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