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tage] 피칠갑 좀비, 그런데 조낸 퐝당 '이블데드'
"일반적인 것보다 더 과감하거나 유치하게"
B급 코믹 호러 뮤지컬 '9년 만에 귀환'
9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이블데드'는 여전히 '조낸 퐝당'했다.
2008년 초연된 '이블데드'는 B급 코미디 좀비 호러 뮤지컬이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장르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객석 중 일부를 '스플레터존'으로 설정해 우비를 입은 관객들이 피를 뒤집어쓰게 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가 큰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시도이자 도전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어리둥절했던 9년 전과 달리 너무 적극적인 관객들 탓에 오히려 제작진이 그 수위를 놓고 고민할 정도다. 심지어 우비조차 거부한 채 흰 티셔츠를 입고 피범벅이 되길 원하는 관객들까지 등장했다.
28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임철형 연출 또한 "10년 전에는 작품에 대한 확신이 없이 큰 불안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확신을 갖게 됐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2003년 토론토에서 초연된 '이블데드'는 B급 저예산 공포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의 영화 '이블데드' 시리즈 중 1,2편을 뮤지컬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좀비들의 공포스런 분장, 전기톱으로 잘려나간 신체의 일부, 거칠게 찢겨진 의상, 피가 흐트러지게 뿌려지는 관객석 등 듣기만 해도 공포스런 상황들의 연속이지만 객석에선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학로 분위기에 걸맞게 젊은층이 즐겨 쓰는 신조어, 영화 '라라랜드' 드라마 '도깨비' 등을 살짝 비틀어 끼워 맞춘 각종 패러디들이 곳곳에 배치돼 웃음의 강도를 더욱 키운다. 뿐만 아니라 현재에 맞게 새롭게 추가되거나 변화된 부분도 적지 않다.
임철형 연출은 "이번 공연은 일반적인 것보다 더 과감하고 유치하게 가는 방법을 택했다"고 연출의 주안점을 밝혔다.
엽기발랄하고 코믹한 뮤지컬 넘버는 새로운 장르까지 가미돼 작품의 묘미를 더한다. 특히 주인공 애쉬와 스캇이 좀비로 변해버린 여동생과 여자친구를 처단하고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부르는 '조낸 퐝당해'는 객석을 그야말로 뒤집어지게 한다.
이에 대해 임철형 연출은 "이번에 새롭게 작업을 하면서 음악적으로는 EDM 등 최근 유행하는 장르를 넣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초연 당시 류정한, 조정석, 정상훈, 양준모 등 뮤지컬 스타들이 참여하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이블데드'는 2017년 공연에도 대학로 핫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성실한 종업원으로 온화한 매너의 훈남 애쉬 역은 김대현, 강동호, 박강현이 캐스팅됐다. 애쉬의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유난히 여자를 밝히는 스캇 역은 조권과 우찬이 나누어 맡았다.
조권은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너무 재밌고 음악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며 "좀비물과 관객의 소통이 어떻게 될까 너무나 궁금했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이어 "2달간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그 연습 기간도 너무 재밌었다"며 "연습 때의 재밌는 모습이 무대 위로 올라와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임철형 연출은 조권의 합류에 만족감을 전했다. "조권의 깝은 남다른 면이 있다"며 말문을 연 임철형 연출은 "값을 하는 배우란 생각이 들었다. 공연 중간에 거꾸로 뒤집어져서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동작을 과감하게 끝에서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값을 하는 배우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훈진 또한 "(조)권이가 성격이 너무 좋다. 덕분에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밖에 신의정과 김려원이 애니와 셀리 1인 2역을 소화하며, 애쉬의 여자친구 린다 역은 정가희와 서예림이 맡았다. 애쉬의 괴짜 여동생 셰럴 역에는 허순미와 송나영, 다혈질 제이크 역은 이훈진과 전재현, 소심남 에드 역은 안영수와 류경환, 루돌프 및 멀티 역은 김은총과 권혁선이 각각 무대에 오른다.
배우들은 그 어느 작품보다 연습분위기가 좋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9월 17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