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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자살…'서울시 버스비리' 공무원 유착 확인, 서울시 '반발'


입력 2017.06.23 16:41 수정 2017.06.23 16:50        박진여 기자

업무 관련 연락 주고받으며 선물 수수…직무관련성·청탁 가능성↑

버스업체 '선물리스트'에 전직 장·차관 이름 확인…공무원 관리 정황

서울 시내버스 운수업체 비리사건이 서울시 공무원을 비롯한 관련자 8명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업무 관련 연락 주고받으며 선물 수수…직무관련성·청탁 가능성↑
버스업체 '선물리스트'에 전직 장·차관 이름 확인…공무원 관리 정황


서울 시내버스 운수업체 비리사건이 서울시 공무원을 비롯한 관련자 8명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서울시 일부 버스 운수업체가 자격없이 버스와 승용차 등을 불법으로 개조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와 서울시 공무원과의 유착 혐의도 드러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자동차관리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로 버스업체 대표 조모(51) 씨와 그에게 뇌물을 받은 공무원 등 총 8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조 씨를 비롯한 해당 버스업체 관계자 5명은 뇌물공여 및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연루된 서울시 공무원 2명은 뇌물수수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버스업체에 비공개 문서를 건넨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의원 김모(50) 씨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는다.

해당 버스업체는 자가 정비업 면허만 있어 타사 소유의 차량을 개조할 수 없지만, 2008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승용차, 택시 등 다른 차량 2346대를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으로 개조해 10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 가운데 서울시 공무원 2명이 조 씨로부터 업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전자기기, 한우, 와인 등 총 2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조 씨와 업무 관련 문자를 주고받으며 선물을 수수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버스업체가 장관 등 전직 고위 공무원들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이 업체는 2012년부터 전직 장관 2명과 차관 2명, 국회의원 보좌관 3명, 부장검사 등 총 86명의 이름을 적은 소위 '선물리스트'를 작성해 명절 등 특별한 날 5만원~20만원 상당의 선물 세트를 보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리스트는 조 씨가 직접 작성했으며, 이름과 주소,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이들에게 보낸 선물 종류와 수량 등이 상세히 기록됐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있던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이 잇따라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해당 버스업체 대표로부터 노선 증차 등의 청탁과 함께 1억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서울시 공무원과 이 수사와 관련해 또 다른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앞둔 서울시 퇴직 공무원이 최근 한 달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경찰은 이들을 불구속 기소의견(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서울시

이를 두고 서울시는 경찰 수사를 문제삼으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시 차원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 고위공무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관련 입장을 게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은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온 당일 자신의 SNS에 'CNG 버스 불법 구조개조에 대한 경찰 수사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 하지만, 수사 마무리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잘못 가졌다는 사실 등 잘못된 부분도 제대로 시민에게 알렸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고해성사가 없어 아쉽다"라는 의견을 올렸다.

그는 특히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CNG버스 자가정비 업체를 다른 버스업체의 CNG용기까지 정비할 수 있도록 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은 2010년 당시 업무처리 과정의 기초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못한 부실수사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자인하고 사과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의 뇌물수수 혐의 등에도 "구청에 근무할 때 받은 선물을 토대로 CNG 버스 관련 수뢰 혐의가 있다고 하면 정당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과잉 수사에 대한 의혹도 명확히 확인했어야 한다"며 수사 과정서 전·현직 공무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앞서 욕설이나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수사와 관련 보도로 심한 압박감을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시의원 소속 서울시의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의회는 "(버스업체의) 부탁을 받고 문서를 건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시의원이 현황 파악을 위해 자문을 의뢰한 것"이라며 "이 자료는 사건의 본질인 '불법 개조'와 전혀 관계 없는 자료로, 의정활동 과정에서 현황파악을 위해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자료를 요구해 자문 받는 것은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버스업체의 '선물리스트' 속 인물들에 대해 경찰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고, 직무관련성 등 대가성 부분이 확인 안 된 의례적 선물로 판단해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별도 수사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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