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금융지원제도] 산은·수은 中企 지원 제자리걸음
전체 대출 4분의 3 여전히 대기업에 집중
중소·중견기업 대상 자금 지원 확대 나서
높아진 새 정부 눈높이…무거워지는 어깨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기업 대출 중 4분의 3 가까이는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을 일자리 창출의 중추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국책은행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내 놓은 산은과 수은이 새 정부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유형별 대출채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산은과 수은의 기업자금 대출 97조308억원 중 중소기업 대상은 26조5870억원으로 27.4%를 차지했다.
이 같은 대출 비중은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1분기 말 두 은행의 기업 대출 99조565억원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은 26.4%(26조1113억원)였다.
은행별로 보면 수은의 대기업 대출 집중 현상이 더 심한 편이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은의 기업 대출 15조6835억원 가운데 중소기업에 내준 자금은 2조213억원으로 12.9%에 그쳤다. 산은의 경우 기업 대출 81조2227억원 중 30.4%인 24조7158억원이 중소기업 대상 대출이었다.
그 동안 국책은행의 대기업 위주 자금 지원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돼 왔다. 특히 새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산은과 수은이 느끼는 압박은 강해지는 모양새다.
이는 최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의 한 마디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산은과 수은 등을 중소기업 전담기관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국책은행이 대기업 부실의 중심이라는 논란은 이 같은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싣는 요인이다. 산은과 수은은 올해 초 구조조정 중인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앞선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다시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일이 없겠다고 공언한 것과 상반되는 행보여서 책임론이 증폭됐다.
두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해 금리와 수수료 등을 우대하며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 새 정부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산은과 수은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 자체를 늘리며 기술·혁신 기업 육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산은은 올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목표를 지난해 26조원보다 3조원 늘려 29조원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 신성장 분야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도 19조원에서 20조원을 1조원 늘려 잡았다.
이와 함께 산은은 중견기업 전용 대표상품을 개발, 유망기업 200개 선정해 2조5000억원의 특별자금과 펀드 지원에 나선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KDB IR센터를 창업지원과 신성장 산업 메카로 활용해 창업초기·벤처기업을 위한 플랫폼 역할도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은 역시 해외온렌딩 확대와 신시장 개척 프로그램 등 지원수단 다변화를 추진, 올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26조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지난해 수은의 해당 지원 규모는 24조원이었다.
해외온렌딩의 경우 중개금융기관 네트워크를 확대 7개에서 10개로 확대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지원 규모 지속 증대시키고, 권역별 맞춤형 우대 지원 전략을 시행해 신성장산업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여신지원 비중을 제고할 방침이다.
산은과 수은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 변화된 방침은 아직 없는 상태"라며 "연초에 밝혔던 큰 그림을 기초로 꾸준히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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