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리뷰] 서서히 스며드는 고요한 감동 '키다리 아저씨'
원작 소설의 친숙함과 혼성 2인극이라는 신선함
국내 초연에 이어 앙코르 공연도 잔잔한 감동 '입소문'
소설 속에서 막 나온듯한 배우들, 관객들을 동심으로 데려가더니 끝내 눈가를 촉촉하게 적신다.
지난해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힐링 뮤지컬로 불리며 돌풍을 일으켰던 '키다리 아저씨'가 다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원작 소설이 지닌 친숙함과 혼성 2인극이라는 흔치 않은 구성, 아름다운 이야기는 바쁜 일상에 찌든 관객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해준다.
특히 단 두 명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완벽한 하모니는 물론,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과 담백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1912년 첫 발간 이후 오늘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진 웹스터(Jean Webster)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고아원에서의 지루한 일상에 지쳐 있는 제루샤와 그의 성장을 돕는 후원자 제르비스 펜들턴의 이야기가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흥미롭게 꾸며진다.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토니어워즈 최고 연출상을 수상한 존 캐어드(John Caird)의 대본과 연출, 그리고 최고 작곡·작사상을 수상한 작곡가 폴 고든(Paul Gordon)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밀도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세트와 의상의 변화가 크고 화려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2명의 인물이 편지를 통해 웃고, 울고, 성장하고 사랑하는 과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연출에 주안점을 뒀다. 그만큼 클래식한 감동도 배가됐다.
초연된 지 불과 1년 만에 입소문을 타고 대학로 대표 힐링 뮤지컬로 발돋움했다. 가슴 따뜻하게 하는, 잘 만들어진 감동 뮤지컬을 찾는다면 선택해도 후회 없는 작품이다.
키다리 아저씨의 후원을 받아 성장하는 제루샤 애봇 역은 임혜영, 유리아, 강지혜가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배우들은 사랑스럽고 당차며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소녀 제루샤를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해 표현한다. 워낙 대사도 많은 데다, 무대 위에서 퇴장 없이 135분 내내 집중해야 하는 만큼 배우들의 내공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제루샤를 고아원에서의 생활과 평범한 대학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녀의 성장을 돕는 제르비스 펜들턴 역은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신성록, 송원근, 강동호가 함께한다.
소극장 무대에서 평균 185cm를 훌쩍 넘는 세 배우의 훈훈한 비주얼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을 훈훈하게 한다. 여기에 감미로운 목소리, 안정적인 연기력, 드라마와 공연을 넘나들며 내공을 쌓은 세 배우의 매력이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키다리 아저씨'는 대명문화공장과 달 컴퍼니가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다음달 23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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