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실종된 국회, 문재인 정부 '마이웨이'에 고립되나
'협치' 밝히며 취임 후 첫 시정연설한 문재인 대통령…야권 '피켓항의'로 응수
김이수·김상조·강경화 '청문보고서' 줄줄이 무산…여당 '소극적' 자세에 비판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33일 만인 지난 12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연설 시작 부분에서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사상 최초의 추경시정연설이라고 들었다"라고 한 뒤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 하는 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인사청문정국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을 비롯해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한 일종의 소통 방식으로 시정연설을 택했다는 것이 청와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협치' 밝히며 취임 후 첫 시정연설한 문재인 대통령…야권 '피켓항의'로 응수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밝힌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 하는 노력'의 의미에 대해 야권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순간부터 '협치'의 의미와 퇴색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야당은 거의 박수 없이 연설을 들었으며, 심지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경우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까지 벌인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 '국민약속 5대 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야당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라는 피켓 문구를 본인들의 좌석 앞에서 놓인 컴퓨터에 붙인 채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이러한 야권의 냉대를 부른 한 요소로 꼽히는 인사청문정국도 더욱 어렵사리 꼬여가는 중이어서 '협치'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하룻동안 인사청문 정국 파고의 최정점에 올라 있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보고서 채택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시한였던 만큼 3번째 보고서 채택을 시도했지만 여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끝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이루지 못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도 이날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재시도할 방침이었지만 전체회의는 커녕 여야 간사 회의 조차 열리지 않아 마감시한내 청문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역시 이날 여야 4당 간사협의를 열고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했으나 진전조차 없었다.
김이수·김상조·강경화 '청문보고서' 줄줄이 무산…여당 '소극적' 자세에 비판 나와
강경화 후보자 경우 청문보고서 채택 마감시한은 오는 14일이지만 '야 3당'이 모두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여당인 민주당의 단독 처리는 불가능해 보고서 채택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3명 고위공직자 가운데 김상조, 강경화 후보자 등 2명은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강행할 수 있어 다음 수순을 어떻게 밟아갈지가 관심사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경우 국회 임명동의 대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임명할 수 있어 문 대통령과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시밭길'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이기도 하다.
여기에 추경을 놓고서도 여야 간 대립구도가 그려져 있다는 점도 '협치'의 난맥을 보여주는 예시로 등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 때 추경안 심사착수에 합의했지만 한국당 측이 '제1야당을 배제한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추경안 의사일정에 합의해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민주당에 무조건 협조가 아니라 '고민'을 더 하겠다는 의사를 추가로 밝혀 험로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문제가 되고 있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지지여론이 높다는 점 등을 내세워 야권 설득에 주력하고 있는데 적극적인 '협치'의 방식은 아니라는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기에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야권이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여당 측의 명확한 입장이나 의견보다는 야당 지도부 등과 물밑접촉 등에 더 신경쓰는 것 같다"며 "이러한 방식은 여야간 또는 정부-야당간의 '협치'를 이루는 정공법이 아니라는 점을 일러두고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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