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 켜졌다

이주열 총재 67주년 기념행사 이후 통화 긴축 가능성 발언

이주열 한은 총재.ⓒ데일리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완화 조정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한은의 기존 입장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에서는 인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에서 진행한 창립 67주년 기념행사에서 "최근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며 기존이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대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수출 회복이 이어지는 등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확산되면 그간 유지하던 완화적 통화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즉 경기회복에 따른 전제를 바탕으로 통화 긴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해 6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인 현 1.25%까지 떨어뜨리며 12개월째 사상 최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만해도 한차례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 4월부터 국내 경제가 회복신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깜빡이는 사실상 꺼졌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도 지난 4월 전망한 2.6%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수출과 투자호조로 인해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또한 새 정부의 일자리 추경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면 지금보다 더욱 성장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7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지난 5월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에 7월 경제전망 수정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서도 민간 소비 회복이 여전히 지체되고 있다는 점은 금리인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지금으로서는 한은이 역대 최저치 수준인 1.25%에서 언제 얼마나 더 올릴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한은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맞물려서 어떤 효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예측하기가 힘들다. 또한 금리를 올릴 경우에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편 오는 13일 정오 이 총재가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의 첫 회동을 앞두고 있어 재정과 통화정책의 역할론에서 어느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할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