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청문 난국' 정면돌파 명분쌓기인가
'저자세' 협조 당부에 야당 "지명철회하라" 반발 여전
'임명' 강행하면…추경안‧정부조직법 처리 '더 높은 산'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꼬여 있는 인사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정치적 무게감은 인사 난맥상 풀기에 쏠렸다. 연설 중 국회의 협력을 당부하는 대목에서 "함께 합시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를 만나 '국정공백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우회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회동에서 "100% 흠결 없는 사람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정연설은 물론 여야 지도부와 만남에서도 인사 난맥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함께 합시다" 공허한 외침…야당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여전
이날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는 돌파구가 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떠난 직후 여야가 마주 앉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반발 기류가 여전하다. 한국당은 김이수·강경화·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가진 뒤 "문재인 정부가 검증이 안 된 후보자를 냈고, 국회 운영을 어렵게 만든 것도 문재인 정부"라며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앞서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의석 컴퓨터 모니터에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정부 각성하라", "야당무시 일방통행 사과하라"는 문구로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는 아예 불참했다.
청문보고서 채택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역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자진 사퇴나 지명철회를 촉구하며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협조하자"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인사정국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미 박지원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강 후보자 임명동의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임명강행 카드' 꺼내면...추경안‧정부조직법 처리 '더 높은 산'
이에 문 대통령이 '임명강행'이라는 강수를 던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임명 철회는 없다"는 입장인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게 남은 카드는 임명철회와 임명강행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야당의 협조를 구한 만큼 '지명 철회'를 선택할 여지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오히려 정부여당 입장에선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통해 임명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정치적 명분'은 더 쌓은 셈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표면적으론 "임명강행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지만, 여권 내에선 문 대통령의 80%대 고공 지지율을 등에 업고 강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당 한 핵심 관계자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야당에 끌려다닌다는 게 참 답답하다"며 "지금은 과감해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강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냉각은 피하기 어렵다. 당장 일자리 추경은 물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서 야당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더 높은 산'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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