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본회의장 프레젠테이션 '대(對)야당 감동 전략'
국회 시정연설서 '일자리'만 44차례 거론…"추경예산안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례적으로 "의원님" 존칭 사용…여권 "너무 낮은 자세 아니냐" 볼멘소리도
"이제, 추경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 보고 드리겠습니다."
12일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의 행간에 담긴 의도는 '대(對)야당 감동'이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추가경정예산안 설명을 위해 국회 단상에 오른 문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낮은 자세를 취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 화면을 통해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추경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일자리'라는 단어만 44차례 거론하며 야당에 협조를 당부했고, 추경안을 제출한 배경과 내용을 "보고드리겠다"고도 했다.
낮은 자세로 '동업자 정신' 자극…"친근한 동료의식 갖고 있다"
국가 원수의 지위에 있지만, 최근까지 동료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동업자 의식'을 자극했다. 문 대통령은 "19대 국회 때 바로 이 자리에서 당대표 연설을 했고, 국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많아서 친근한 동료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직접 국회를 찾은 '절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드리고, 의원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하는 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달라"고 호소했다.
통상 대통령 연설의 주요 단락마다 등장하는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대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이라고 지칭을 분명하게 했다. 또 연설에선 "의원님들께서"라는 존칭으로 협조를 당부했다. 보통 대통령 연설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의원님", "보고드리겠습니다"…이례적 '낮은 자세'로 협조 당부
야당을 먼저 거론하며 "야당과 여당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한다",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문 대통령의 "보고드리겠습니다", "의원님들께서"라는 등 격식을 갖춘 존칭을 두고 협조를 당부하는 유화 제스처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권에선 "대통령이 너무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추경안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상임위별 의사일정도 협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3당이 추경안 심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나마 진전된 내용이다.
정부여당은 속도전을 강조하면서도 "야당과 협치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선 "정부안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협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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