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기과열지구 카드 만지작?…강남권 재건축 바짝 '긴장'
5년간 분양권 전매 제한, DTIㆍLTV 강화 등 고강도 규제
집값 상승 진앙지 강남권 일대 적용 거론
인접 지역에 투기 수요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도
정부가 과열된 주택시장을 잠재우기위해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분양 수요를 위축시켜 향후 집값 급등을 막는 것은 물론 현재 집값까지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 중 하나다. 만약 이 규제가 시행되면 집값 상승의 진앙지인 강남권 재건축은 거래가 끊기고 분양가 선정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오는 7월 유예가 종료되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는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자문위원회에서 주택시장의 과열 확산을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지정’ 카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내정자는 지난달 30일 “LTV·DTI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며 정부 기조에 변화를 시사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내주 중 부동산시장 과열 현장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이보다 한층 더 강한 대출 규제 조치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도입확산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극단의 조치인 투지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는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시작으로 불붙은 집값이 수도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넷째 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3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가파른 상태다. 특히 강동구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등은 한 달 새 호가(부르는 값)가 최대 1억원 이상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는 아파트 실거래가가 3.3㎡당 최고 5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대상으론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수도권 인기 공공택지지구인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지구, 남양주 다산신도시, 성남 판교신도시,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 8월 개정된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을 근거로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초과할 경우 투기가 우려된 지역을 선정,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또 최근 2개월 사이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하거나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청약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 경우에도 지정이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최장 5년 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역시 불가능해진다. 또 6억원 이상의 주택은 DTI와 LTV가 모두 40%까지 낮아진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과건 노무현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2년부터 서울·수도권 전 지역과 광역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기도 했다. 이후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는 2011년에서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고, 1년 후 강남발 재건축 열풍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강남 재건축 시장 분위기도 노무현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앞으로 2~3개월 정도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으로 발표한 조정대상지역의 분양 성적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지역에서의 분양마저 과열 양상을 빚으면 8월 중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부터 8월까지 조정대상지역에서 나오는 분양 물량(일반분양가구 기준)은 총 2만2216가구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물량은 정부가 과열지구로 주목하고 있는 강남 개포에서의 분양 물량이다. 삼성물산은 다음달 개포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분양을 준비 중이다.
반면 일각에선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주택시장 위축’과 ‘풍선효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집값 상승률 억제 등 상당한 효과도 기대되는 반면, 실제 지정될 경우 10여 개에 달하는 고강도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돼 부동산 시장이 단숨에 냉랭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지역·주택유형별 시장동향을 모니터링해 필요한 시장에만 적용하는 맞춤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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