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美 자동차 관세' 가격 인상 계획 없다고 입 모아
"아직 이르다… 하이브리드 및 제품력으로 승부"
미국이 오는 4일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직격탄을 맞게된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중 브랜드로서 가격이 시장 점유율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만큼, 자동차 관세 장기화 가능성 등을 철저히 검토한 후 '마지막 카드'로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은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미국 내 가격 인상 가능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관세 관련한 발표가 있었다. 사실 이전에도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며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모빌리티쇼를 찾은 송호성 기아 사장 역시 가격 인상과 관련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송 사장은 "(가격 인상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며 "아직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빠른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기존 개별 관세가 발표된 품목과 중복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관세는 25%로 확정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를 확정지은 바 있다.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두 사장의 공식 입장에는 우선 타격을 입더라도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미국 내 주요 대중브랜드로 입지를 쌓은 만큼, 가격 변동이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
실제 자동차 관세 발표 이후 초고가 브랜드인 페라리가 미국 판매 가격을 10%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반면, 경쟁 대중 브랜드인 토요타는 동결 입장을 밝혔다. 가격이 높아져도 구매 수요가 유지되는 럭셔리 차와 달리 대중 브랜드의 경우 미세한 가격 변동에도 경쟁사에게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25%의 자동차 관세에 상호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걷혔다는 점도 현대차·기아에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미국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저희는 일개 기업이기 때문에 관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관세는 국가와 국가 대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4월 2일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존 자동차 관세율인 25%에 추가 관세가 더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깔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25%의 관세에 상호관세가 추가로 더해질 경우 미국 내 가격 인상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자동차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 렌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CEO(최고경영자)는 현지 딜러들에게 이메일로 "현재의 차 가격을 보장할 수 없으며 4월 2일 이후 변경될 수 있다"고 알린 바 있다.
'예상 범위 내' 관세를 부담하게 된 만큼 현대차·기아는 상품력으로 미국 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한국 뿐 아니라 토요타, 혼다 등 글로벌 주요 경쟁사들이 모두 관세 폭탄을 받아든 만큼 점유율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시장이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큰 의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을 둘 다 보고 있다"며 "우리는 늘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좋은 디자인, 기술, 서비스, 금융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정말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 역시 "제가 (관세 발표에 대해) 평가할 입장은 아니고, 이건 국가와 국가 간에 벌어지는 부분이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숙제"라며 "기아는 가장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체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방향 설정이 나오면 어떻게 신속하게 대응할 건지, 이걸 어떻게 잘 극복해 나갈 것인지 연구해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연 30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 HMGMA에서는 하이브리드와 미국 내 판매가 높은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하겠다고 했다. HMGMA는 미국의 관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핵심 생산시설인 만큼, '제품력'을 앞세워 돌파해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송 사장은 "아무래도 (HMGMA 첫 생산 차종은) EV6, EV9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또 최근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많이 늘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