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문자 폭탄’ 바라보는 두 갈래 시선
"욕설 문자 왜 받는지 자성해야" vs "정권에 도움 안돼"
"욕설이나 인신 모독은 오히려 독…건전 문자로 옮겨가야"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문자 폭탄’ 문제가 재점화됐다. 여야는 각각 ‘표현의 자유’와 ‘국회의 견제 기능 부실’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여권 내에서조차 적정선을 넘는 SNS 문화는 오히려 정권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청문회 과정에서도 야당 의원들에게 비난 문자가 쏟아진 것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 간 장외 설전도 불거졌다.
김 후보자 청문회의 경우,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14년 KB금융지주회사 내부 간담회 패널로 참석한 대가로 사례금을 받았는지 여부로 공방을 벌인 뒤 '자료 확인을 했느냐'는 문자를 수십 통 받았다고 한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도 “스폰서의 추천을 받아서 후보자가 연수를 다녀온 것 아니냐”고 질의한 것과 관련, '어떻게 스폰서라는 말을 이런 데 쓰느냐', '김상조 교수님의 인격을 모독했다'는 등의 항의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아울러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도 같은 날 인터뷰에서 청문회 이틀 간 1만여 통의 문자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욕설이나 인신 모독은 오히려 독…건전 문자로 옮겨가야"
이 의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솔직히 극히 일부만 정상적인 반대의견이다. 80~90%는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특히 욕설과 비하, 협박까지 이뤄지는 건 더 큰, 명백한 형사범죄다. 욕설은 약과이고, 여성 의원들은 성적 비하도 당한다. 가장 힘든 건 가족에 대한 협박”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왜 그런 문자를 받는지 본인이 반성할 일”이라며 부정적 어감의 ‘문자 폭탄’ 대신 ‘문자 행동’이란 명칭을 쓰자 제안했다. 또 “왜 그걸(문자메시지를) 쳐다보면서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느냐. 그냥 꺼놓고 다른 일을 하라”며 “그거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일을 못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치기 어린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적비하나 욕설 등의 문자로, 자칫 합리적 유권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하는 역효과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의 일부 지지자들이 타 후보들에게 조직적으로 욕설 문자를 보내 논란이 크게 일었고, 당내에선 선거 후 내부 화합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문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청와대와 여당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를 여러 차례 강조해온 만큼, 이러한 ‘문자 폭탄’이 야당의 견제 기능을 위협해 여야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재벌저격수라는 명망을 이용해 재벌기업에 가서 강의하는 식으로 수익을 올린 게 아니냐”라는 ‘건전’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면서 “후보자에게 꼭 물어보겠다고 답변했다"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 제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 내용이 과도하게 상대를 비난한다거나 인신 모독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