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사퇴, 끝내 발현되지 못한 ‘야신 기적’
한화 구단, 지난 21일 사의 표명했다고 발표
사실상 프로 감독 마지막, 아쉬운 전설의 퇴장
한화 이글스가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칼을 빼들었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인 ‘2017 KBO리그’ KIA와 홈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의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구단 측은 지난 21일 경기 종료 후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근 한화 그룹은 내홍에 휩싸인 구단 프런트와 김 감독 간의 갈등 원인 파악에 나섰고, 결국 현장 분위기 쇄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예정된 결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박종훈 전 LG 감독을 프런트로 임명했다. 지난 2년간 김 감독에게 전권을 맡겼다면, 이제는 현장이 아닌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펼치겠다는 뜻이 반영된 선임이었다.
당연히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종훈 단장은 현역 시절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제자다. 한국 야구계는 아직까지 선후배 위계질서 등 수직적 관계로 얽히고설켜 스승보다 상석에 앉아 순항할 수 있을지를 우려의 시선이 쏠렸다.
결국 스프링캠프서부터 현장과 프런트간의 잡음이 들려왔다. 급기야 지난달 2일 2군 선수 훈련 여부를 놓고 갈등이 폭발하고 말았다. 이에 그룹 차원에서 내부감사가 실시됐고, 박종훈 단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서 경질된 김성근 감독은 다시 한 번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 프로팀만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의 지휘봉을 잡았고, 대부분 프런트와 불협화음을 일으킨 뒤 경질 또는 재계약 실패 과정을 거쳐 옷을 벗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74세의 고령인 김 감독은 한화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마지막 감독직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 감독 입장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을 터.
김성근 감독은 올해 프로 감독 23년차를 맞았고 1386승 60무 1212패를 거두는 동안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명장이다. 또한 가을 야구만 12번 경험했고, 쌍방울 등 약체팀 재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한화 이글스는 김 감독이 자신의 야구 인생 모두를 쏟아 부은 결정체라 할 만하다. ‘야신’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화려하게 KBO리그 복귀한 그는 한화의 암흑기를 끊을 적임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더 이상 김성근식 야구는 통하지 않았다. 이미 분업화 야구가 자리 잡은 지 오래였지만, 김 감독은 ‘벌떼식 투수 기용’을 고집했다. 늘 그렇듯 투수 혹사 논란이 불거졌지만 김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야신’은 지난 2년간 자신의 야구 철학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고집스러운 행보를 걸었다. 성적만 나온다면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찬사로 바뀐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가을 야구와 거리가 멀었고, 어느 순간부터 김성근 감독을 ‘야신’이라 부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한화 구단의 결별 결정이 성급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화는 지난 2015년 김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으며 팀의 전권을 부여했다. 결과가 어떻듯 3년 동안은 힘을 실어준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지난 겨울 박종훈 단장을 임명하며 사실상 김성근 감독과의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파리 목숨이라는 것이 프로야구 감독이라지만 KBO리그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원로에 대한 대접치고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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