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는 보험설계사 새 정부 동아줄되나
국내 생·손보사 전속설계사, 5년 새 4만7771명 감소
특수고용직 산재·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공약에 눈길
보험설계사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온라인보험 등 설계사가 필요 없는 새로운 판매 방식이 확산되면서 5년 새 자리를 떠난 전속설계사만 4만8000명에 육박할 정도다.
이 같은 상황 속 보험설계사의 처우 개선과 관련된 공약을 내세웠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앞으로 보험업계에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임직원 및 설계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40개 일반 생명·손해보험사의 전속설계사는 19만3144명으로 2012년 말(24만915명) 대비 19.8%(4만7771명) 감소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전속설계사 5명 중 1명 가까이가 보험업계를 떠난 셈이다. 앞으로도 보험설계사의 입지는 계속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보험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보험 시장 등 새로운 판매 채널들이 등장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온라인보험 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의 출현 등 기술 발달은 설계사의 자리를 뺏는 대표적 요인이다. 보험다모아는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손을 잡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서비스로, 온라인을 통해 여러 보험사 상품의 가격과 구성을 소비자가 직접 따져보고 고를 수 있다.
온라인보험은 대면 판매 채널인 보험설계사의 중개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여기에 이르면 5년 이내에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보험설계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보험연구원의 전망까지 나오면서 대면 채널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건에서 문 당선자가 내세웠던 보험설계사 대상 공약의 현실화 여부에 보험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당선자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게 산업재해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특수고용직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한 회사에 고용돼 일하기에 노동자의 특성도 지니는 직군이다. 금융권에서 이에 속하는 대표적 사례가 보험설계사다. 보험설계사협회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직접 처우 개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보험설계사들에게 산재·고용보험 의무화는 숙원 과제다. 2007년 이후 국회에서는 매 회기마다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산재·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보험설계사 관련 단체들은 기본적인 생존권과 소득 안정을 위해 이 같은 법안 통과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에 따른 비용과 경영 부담 등에 대한 우려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법안 처리는 매번 무산됐다. 그러다 이번에 문 후보의 당선으로 산재·고용보험 의무화 실현에 대한 보험설계사들의 기대는 한껏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설계사는 "현재 보험설계사들이 산재와 고용보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불행한 현실"이라며 "문 후보가 당선으로 이 같은 내용이 공약이 현실화되면 설계사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영업 채널인 설계사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설계사 조직은 여전히 가장 비중 높은 보험 영업 통로라는 점에서 정치권 등을 향해 이들의 내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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