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검찰, 여권 말소 조치에 오라윳 잠적
음주운전 중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하고 5년간 처벌받지 않았던 에너지 음료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가 여권이 말소돼 도망자 신세가 됐다.
6일 현지 언론은 태국 외무부가 전날 오전 레드불 창업주 손자인 유위디아 오라윳(32)의 여권을 말소 조치했다.
태국 외무부 당국자는 “오라윳의 여권을 말소했다”며 “이 조치는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라윳이 다른 국가의 여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검찰의 출석요구 시한을 앞둔 지난달 25일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건너갔다. 이틀 뒤에는 싱가포르에서도 출국해 현재 종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오라윳은 사법당국 추적을 의식해 자가용 비행기도 싱가포르 공항에 그대로 둔 채 모습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윳은 지난 2012년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 순찰 근무 중인 경찰관을 치여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측정된 오라윳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로 법적 운전 허용치를 초과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50만바트(약 1800만원)을 내고 석방된 이후 지금까지 해외에서 머물며 검찰 소환에 불응해 왔다.
하지만 그가 전세계를 유람하며 호화생활을 즐겨왔다는 최근 언론보도가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오라윳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태국 검찰은 지난달 여덟 번째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강제구인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오라윳은 직후 해외로 도주했다.
오라윳의 조부인 찰레오 유비디야는 오스트리아 사업가 디트리히 마테쉬츠와 1980년대 중반 에너지 음료업체 레드불을 공동창업해 일약 거부가 됐다. 찰레오 유비디야는 2012년 사망하면서 220억달러(약 25조원)의 재산과 레드불 지분의 50% 이상을 가족들에게 유산으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