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모씨, ‘음주운전 무혐의 처분’에도 보험금 청구 소송 패소
교통사고 발생 후 현장을 벗어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했더라도 정황상 음주운전이 확인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송모씨가 A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송씨는 2012년 9월 심야에 경남 함안의 한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와 인도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종적을 감췄던 송씨는 사고 발생 41시간 만에 마산 소재 한 병원을 찾아 2주간 입원했다.
송씨는 보험사 직원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음주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서도 블랙박스 영상 확인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후 송씨는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 보니 차에서 40∼50m 떨어진 아파트 공사 현장에 누워 있었다”며 A보험사에 78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보험사는 송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보고 음주 운전에 따른 손해는 보상 책임이 없는 ‘면책사항’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사기미수 혐의로 송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사고 직후 송씨가 현장을 떠나서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되지 않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송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졸음운전 사고에 따른 치료비와 보상금 총 7000여만원 지급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블랙박스에 녹화된 대화내용과 사고 경위 등을 볼 때 송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봤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송씨가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 지인과 대화하는 상황에서 술에 취한 목소리로 “음주운전해서 갑시다”라고 말한 내용이 녹음됐다.
재판부는 “블랙박스에 녹취된 대화 내용을 보면 송씨 일행들은 음주 후 장소를 옮겨 다시 술을 마실 곳을 논의하고 있다”며 “송씨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훨씬 초과해 정상적인 운전에 필요한 능력을 현저히 잃은 상태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이후 왕복 4차로 도로를 건너 약 50m가 떨어진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갔다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으로 수긍하기 어렵고, 41시간 뒤에야 응급실에 간 것도 의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