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은 온통 '남남케미'…여배우가 사라졌다
남자 배우 투톱 영화 잇따라 개봉
비슷한 장르…여배우 설 자리 좁아져
남자 배우 투톱 영화 잇따라 개봉
비슷한 장르…여배우 설 자리 좁아져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온통 '남남'이다. 스크린이 '남남 케미' 판이다.
최장 11일이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 기간에 극장가에 걸리는 국내 작품 얘기다. '남남 케미' 영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 초 현빈·유해진 주연의 '공조'와 조인성·정우성 주연의 '더 킹'이 설 극장가를 휩쓴 바 있다.
2월에는 정우·강하늘 주연의 '재심'이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3월에는 한석규·김래원이 출연한 '프리즌'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290만 관객을 동원했다. 남남 케미 흐름은 계속됐다. 손현주·장혁의 '보통사람', 임시완·진구의 '원라인' 등이 연이어 스크린에 걸렸다.
반면 여자 배우가 나선 영화들은 흥행에 참패했다. 월드스타 김윤진의 스크린 복귀작 '시간위의 집'은 12만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고, 김남길 천우희 주연의 감성 멜로 '어느날'은 23만명을 동원했다.
여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들이 흥행에 실패하다 보니 극장가에 사람이 몰리는 황금연휴에도 남자 배우들이 주축이 된 영화들이 점령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정치스릴러물 '특별시민'은 최민식 곽도원이 주연한 작품이다. 최민식이 정치9단 변종구 역을, 곽도원이 변종구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을 각각 맡았다. 심은경, 라미란, 문소리 등 여자 배우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들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특별시민'과 같은 날 개봉한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이선균 안재홍을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다. 예리한 추리력을 지닌 임금 예종(이선균)과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신입사관 이서(안재홍)가 조선판 과학 수사를 벌이는 과정을 담은 코믹 수사극이다. 영화는 남자 배우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케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3일 개봉한 '보안관'도 남남 케미를 주축으로 한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이성민)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조진웅)를 홀로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두 사람 외에 김성균, 조우진, 배정남 등 남자 배우들이 극을 이끈다. 이성민·조진웅·김성균은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2014)에서도 함께 나온 바 있다.
9일 개봉하는 서스펜스 스릴러 '석조저택 살인사건'도 남자 배우들이 이끄는 작품이다. 고수, 김주혁, 박성웅, 문성근이 나와 극을 잡는다.
연휴를 지나서도 '남남 케미' 영화가 즐비돼 있다. 설경구 임시완 주연의 범죄 액션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5월 중 관객들을 만난다. 이정재 여진구 주연의 사극 '대립군'은 5월 31일 극장에 걸린다.
'남남 케미' 영화 장르의 대부분은 드라마보다는 범죄 액션물에 치중돼 있다. 이 때문에 여자 배우를 중심으로 한 영화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여배우들이 나온 영화가 잇따라 흥행 참패를 하면서 투자 배급사가 '남남 케미' 영화에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산업 구조가 작가와 감독 중심보다는 대기업 제작사와 투자사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투자 배급사들은 새로운 모험 대신 기존에 성공한 영화의 상업적 관습을 따른다. 이렇다 보니 흥행 흐름을 탄 남남 케미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장르의 남남 케미 영화가 다양성을 헤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 평론가는 "대작 영화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에서 다양성 영화마저도 남자 배우들이 주축이 된다면 '남남 케미'가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관객들이 그런 영화들을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관객들의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선한 이야기와 소재다. 아울러 참신한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양 평론가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을 개발해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이야기가 탄탄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야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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