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비밀·반전 투성이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김주혁·문성근·박성웅 출연
클래식한 서스펜스 스실러 표방
'석조저택 살인사건' 리뷰
고수·김주혁·문성근·박성웅 출연
1940년대 경성.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은 자신의 운전수 최승만(고수)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다. 유영환 변호사(문성근)와 남도진의 죄를 입증하려는 검사 송태석(박성웅)이 팽팽히 맞선다.
사건은 거대한 석조저택에서 일어났다. 여섯 발의 총성이 울린 후 최초 신고자의 전화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다. 현장에 남은 건 사체를 태운 흔적과 핏자국, 그리고 잘려나간 손가락뿐. 가장 중요한 최초 신고자는 4차 공판까지 나타나지 않고, 남도진은 자신이 최승만을 죽일 이유가 없다며 시종일관 고개를 뻣뻣하게 든다.
미궁 속으로 빠질 뻔한 사건은 극전 반전을 만나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빌 S. 밸린저의 대표작 '이와 손톱'을 영화화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이와 손톱'이라는 가제로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후반 작업 중 연출이 정식 감독에서 김휘 감독으로 교체됐고 최종적으로는 정식·김휘 공동 연출로 크레딧을 올렸다.
영화는 사체 없는 살인사건을 내세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방식을 취한다. 전반부는 최승만과 남도진이 얽힐 수밖에 없는 과정, 후반부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모습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석조저택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몇 건의 살인사건이 연이어 나오면서 극 전체를 붙잡는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은 반전이다. 왜 사체가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막판에 풀리면서 최승만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극 말미 최승만과 남도진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은 극의 반전을 쥔 중요한 부분이다.
제작진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추가하기도 했다. 긴장감이 후반부에 쏠리다 보니 전반부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마지막 반전에 대한 평가 역시 갈릴 듯하다. 15세 관람가치고 잔인한 장면도 더러 있다.
김휘 감독은 "오랜만에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라며 "원작이 지닌 재미를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고수, 김주혁, 문성근, 박성웅 등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이다. 고수는 마술사이자 운전수인 이석진, 최승만 두 캐릭터를 다채로운 얼굴로 연기했다. 특히 정체불명의 운전수로 분할 때는 눈빛,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한 듯한 느낌이 든다.
고수는 "캐릭터가 심적·외적으로 변화하는 인물이라 전체 흐름에 맞게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신경 썼다"면서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끝까지 봐야 답이 나오는 영화이다. 이런 부분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전작 '공조'에서 무자비한 악역으로 분한 김주혁은 이번에도 악역을 맡았다. 같은 악역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건 김주혁 특유의 존재감과 준수한 연기력 덕이다. 베일에 쌓인 그가 비로소 등장할 때 나오는 고수와의 팽팽한 대결이 볼 만하다.
김주혁은 "'공조'보다 먼저 찍은 작품인데 개봉 시기 때문에 또 악역을 선보이게 됐다"며 "캐릭터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했다.
유영환 역의 문성근과 송태석 역의 박성웅은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문성근은 "꾸준히 연기활동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작품을 찍을 때마다 새로 시작하는 신인 같은 기분이 든다"며 "배우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기회를 얻게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유독 악역을 맡는 이유에 대해선 "예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진행했을 때 올바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걸 깨고 싶었다"면서 "10년 전엔 악역을 하면 상업 광고가 안 들어와서 악역을 꺼리는 배우가 많았다. 배우로서 불쾌한 부분이다. 배우는 캐릭터를 충실히 연기하면 된다. 좋은 역할, 나쁜 역할 구분 없이 하다 보니 '문성근은 불편한 역할도 하는구나'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5월 9일 개봉. 109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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