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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 택한 박삼구, 소송 시점 언제?


입력 2017.04.18 11:59 수정 2017.04.18 12:00        이광영 기자

금호그룹, 산은에 재입찰 요구…법적대응 유보 방침

매각절차 지연 및 법적대응 통해 우선매수권 재획득 노려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연합뉴스

금호그룹, 산은에 재입찰 요구…법적대응 유보 방침
매각절차 지연 및 법적대응 통해 우선매수권 재획득 노려

“이번에는 소송하지 않겠다. 재입찰을 강력히 촉구한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소송 여지는 그대로 남겨둔 상황에서 시점이 언제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산은은) 현재 진행 중인 부당하고 불공정한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를 즉시 중단하고, 매각을 공정하게 재입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정한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인 오는 19일 이내 박 회장이 산은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룹 측은 법적대응을 검토했지만 금융권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에 하지 않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박 회장이 산은을 향한 칼을 애써 거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실제 그룹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금융권을 상대로 한 소송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영현황 등을 감안하면 당장은 소송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을 예의주시하며 법적대응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칼을 더욱 날카롭게 갈면서 지켜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한 해석이다. 당장 소송을 하지 않아도 상표권 사용 불허, 조기대선을 앞둔 정치권 압박, 노조 반발 등 박 회장 측에 남은 카드가 많아 매각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산은은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인 19일을 넘기면 절차대로 더블스타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측이 상표권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더블스타가 추후 매각가격 인하 등을 요청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거래가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조기대선을 앞두고 국부 유출을 감수하고 중국기업에 국내기업을 넘길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정권 교체 이후 정치적 후폭풍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분석이다.

금호타이어 노조 역시 지난 11일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산은 본점 앞에서 집회를 가지며 더블스타로 매각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고용보장 내용이 명확히 담보될 수 있는 매각이 아니라면 즉각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 측은 산은의 매각 절차를 최대한 지연하는 동시에 인수에 가장 유리한 시점을 잡아 법적대응까지 몰고 가겠다는 의지다. 결과적으로 6개월 뒤 우선매수권 재획득을 노리는 방안이다.

아울러 그룹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와 성장이 저해되는 경우 법적인 소송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룹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와 성장이 저해되는 경우’란 금호타이어의 실적 등 수익성 부문은 물론 주가 하락, 노조의 단체행동 등 회사에 끼치는 전반적인 악영향을 일컫는다.

한편 산은 측은 이날 박 회장 측의 입장 표명에도 재입찰 요구에 응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칼을 거둔 박 회장이 향후 매각 절차에 돌입할 산은을 향해 다시 날을 세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이목을 끌고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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