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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어김없이 재현된 선거철 기업 옥죄기


입력 2017.04.13 14:23 수정 2017.04.15 10:17        박영국·이광영 기자

재계 "전형적 반기업 공약…투자·고용 위축 우려"

학계 "규제 완화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강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문재인의 경제비전-사람중심 성장경제’에서 'J노믹스'를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선거철마다 등장하던 인기 영합성 ‘기업 옭죄기’ 공약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제공약 ‘J노믹스’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반기업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 12일 내놓은 경제공약, 일명 J노믹스의 핵심은 대규모 재정자금을 투입해 △4차 산업혁명 △교육·보육 △보건·복지 등 10대 핵심분야 투자를 늘려 연간 50만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겠는 것이다.

◆각종 규제강화...대기업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세수 자연증가분(5년간 약 50조 원)으로 조달하되, 추가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조정하고, 중복되는 비효율 사업을 조정하며,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동의를 전제로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중 세수 자연증가분은 보장된 금액이 아니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세수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경상지출 증가 등도 고려해야 한다.

증세 역시 전제로 내놓은 ‘국민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 서민 경제가 어려운데다, 이미 이전 정부에서 담뱃세 인상 같은 서민 증세가 이뤄진 상황에서 또다시 증세에 동의하는 여론 형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결국 상당부분의 부담을 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만으로도 실질적인 법인세 증세 효과가 있는데 추가 부담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며 각종 규제 계획을 내놓았다. 문 후보는 J노믹스를 발표하면서 “공정한 시장경쟁을 파괴하는 대기업의 갑질을 몰아내겠다”고 말했다.

먼저 공정위 위상을 강화하겠다며 한때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사국 부활을 언급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존재했던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이유로 2005년 12월 조사과로 축소됐던 조직이다.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도 J노믹스에 포함돼 있다. 집단소송제도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그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이 불법 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 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두 제도 모두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악용이나 소송남발 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기업을 범죄집단 취급...규제강화는 경제활성화에 독"
재계에서는 문 후보의 경제 인식이나 J노믹스가 담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 모두 반기업 성향이 강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 재정을 늘려 정부 주도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현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 얘기”라며 “재원 확보를 위해 기업 부담을 늘리면, 투자·고용과 같은 기업 주도의 경제활성화 시스템이 망가지는데, 그걸 정부의 역할로 대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반기업 정서에 근거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성 공약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과거 기업활동 위축 문제로 축소됐던 조직(공정위 조사국)까지 부활시키는 게 과연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공정한 시장경쟁을 파괴하는 갑질 집단’이라는 전제를 깔고 공약을 내놓았는데, 다른 나라에서 어떤 대선주자도 경제공약을 내놓을 때 자국 기업을 그런 식으로 비하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J노믹스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재정을 늘리고 직접 개입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늘린다면 나중에 정부가 손을 떼고 재정을 줄였을 때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 활력이 돌도록 규제완화와 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대기업들을 범죄집단으로 보는 반기업 정서가 깔려 있다”면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고도 시장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채용 확대와 공정위 조사국 부활 등 정부의 역할 확대가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을 잔뜩 뽑아서 할 수 있는 건 규제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이미 공정위가 지나치게 심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공정위는 기업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너무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면서 “공정위 권한 확대는 대기업을 더욱 억눌러 일자리 창출 여력을 없애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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