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한화, 세밀함 없이 가을야구도 없다
8회 로사리오 결정적 실책 2개로 동점 빌미
지난 개막전에서도 연이은 실수로 자멸하는 모습
한화 이글스가 개막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가져갈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말았다.
한화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경기서 연장 12회 민병헌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4-5 패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2%가 부족한 시리즈였다.
한화는 선발 투수 송은범이 6.1이닝동안 3피안타 무실점으로 두산 강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어 등판한 박정진과 심수창도 각각 0.1이닝씩 나눠 던지며 7회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일은 8회에 터졌다. 한화의 네 번째 투수 장민재는 1사 후 김재환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어 민병헌을 3루 땅볼로 처리한데 이어 오재원을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치는 듯 했다.
하지만 한화 1루수 로사리오가 공을 더듬었고, 급한 마음에 3루로 내달리던 김재호를 잡기 위해 공을 뿌렸지만 뒤로 빠지고 말았다. 이 사이 김재호는 편안하게 홈을 밟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흔들리기 시작한 장민재는 급기야 에반스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무실점으로 이닝이 종료되었어야 할 상황이 순식간에 3-3 동점이 돼버리고 말았다.
두 팀은 연장 11회 나란히 1점씩 주고받았고, 연장 12회말 우중간을 가르는 민병헌의 끝내기 안타로 두산이 승리를 가져갔다. 한화 입장에서는 다 잡았던 경기를 실책으로 놓치고만 셈이었다.
흔히 김성근식 야구는 ‘세밀함’으로 통한다. 철저한 상대 분석과 맞춤형 전략은 물론 고강도 훈련으로 선수들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팀은 전지훈련지에서 입에 단내가 날 정도의 훈련을 받으며, 필요에 따라 시즌 중에도 특훈이 이어지곤 한다.
올 시즌은 김성근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로 가을 잔치 이상의 뚜렷한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단 측 역시 최근 몇 년간 FA 시장은 물론 외국인 선수 영입에 큰돈을 뿌리며 성적 상승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펼쳤다.
그러나 개막 3연전부터 연이은 실책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개막전에서도 수비 실수로 자멸했다. 당시 한화는 3회 유격수 강경학이 평범한 땅볼을 악송구로 두산 선두 타자 박건우를 출루시켰다.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1루수 로사리오의 태그가 박건우에 닿지 않아 판정이 번복됐다. 결국 실책으로 출루한 박건우가 홈을 밟으며 이날 경기의 결승 득점을 신고했다.
불안한 수비는 경기 내내 지속됐다. 포수 조인성은 두 차례나 악송구를 범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를 막지 못한 유격수 강경학과 2루수 임익준도 문제였다.
만약 실책이 없었다면?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최소 2승 또는 3연전 싹쓸이도 가능했던 한화다. 작은 실수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바로 김성근 감독이다. 그래서 조그만 구멍을 메우기 위해 강훈련을 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타깝게도 한화의 고질적인 수비 약점은 치유되지 않은 채 시즌 개막을 맞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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