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부터 시신인도 합의까지...45일간 무슨 일이?
40여년 우방 북-말레이 관계,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급랭'
'공동성명' 내면서 관계 회복 가능성도…사건은 미궁 속으로
40여년 우방 북-말레이 관계,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급랭'
'공동성명' 내면서 관계 회복 가능성도…사건은 미궁 속으로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한때 '단교' 위기까지 치달았던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사건 발생 45일 만에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국의 이번 합의로 말레이시아에 있던 북한 국적 용의자들은 물론, 김정남의 시신도 북한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말레이시아가 저자세 외교로 북한의 '인질 외교'에 굴복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4일 국내 언론은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전날(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신원미상의 여성 2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경찰은 베트남 여권 소지자인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 등 여성 용의자 2명을 체포했고, 이어 공항 내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17일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을 붙잡았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경찰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자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리재남을 추가 용의자로 지목했다. 말레이시아는 체포된 리정철을 제외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사건 직후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고,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이어 22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앞서 지목한 북한 국적 용의자 5명 외에도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김욱일 고려항공 직원, 리지우 등 북한 국적자 3명을 사건 용의자로 추가 지목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 용의자는 총 8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말레이시아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북한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강 대사는 언론성명 등을 통해서도 강력 반발하면서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결탁해 정치화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등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의 행태에 대해 "무례하다"고 지적했고, 일부는 단교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결국 강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목해 추방했고, 북한과의 무비자협정까지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40여년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양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급속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7일 자국 내에 있는 말레이시아인들에 대한 출국 금지를 통보하면서 미묘한 국면 변화가 감지됐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출국 금지 통보에 곧바로 "혐오스러운 조치"라고 비난하며 자국 내 북한인의 출국을 금지하는 '맞불'을 놨으나, 점차 말레이시아 정부 측 인사들의 언행은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단교 가능성을 내비쳤던 말레이시아는 '단교까지는 아니다'면서 한걸음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양국은 김정남의 시신 인도와 사실상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시아인 9명의 출국금지 해제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였다. 그리고 30일 양국은 최종적인 합의를 이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에 있던 북한 국적 용의자 3명과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 측에 인도했고, 북한 역시 자국 내에 있던 말레이시아인 9명의 출국 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발생 45일 만에 양측의 이해를 모두 반영한 외교적 합의를 이루면서, 향후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냉각됐던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후속 합의를 도출할지 주목되고 있다. 앞서 파기된 양국 간 비자면제협정을 되살리는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실제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양국 대표단이 쌍무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언했다. 이와 관련해 두 나라는 무사증제(비자면제협정)를 재도입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토의하기로 했으며, 쌍무관계를 더욱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밖에 북한이 김정남 시신에 대한 재부검을 실시해 기존 말레이시아의 부검 결과를 뒤집어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 대한 체포와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사건 해결은 물론 북한 배후설을 규명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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