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채권단과 ‘힘겨루기’…금호타이어 인수전 결말은?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 불허 시 인수포기 ‘배수진’
사드 문제 및 박 회장 FI 통한 인수 선회 가능성도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 불허 시 인수포기 ‘배수진’
사드 문제 및 박 회장 FI 통한 인수 선회 가능성도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의 ‘힘겨루기’ 구도로 바뀌며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무리한 인수라는 비판을 피하고 재무적 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해 박 회장이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는 13일 오전 8시 본사 사옥 14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우선매수권자에게만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실상 인수를 포기한다는 입장이다.
금호그룹 측 "컨소시엄 구성 기회조차 주지 않는건 형평성에 문제있다"
금호아시아나에 따르면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통해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은 일종의 지분 투자를 받는 것으로 자금조달이 수월하고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은 향후 투자금 상환과 이익금 지급 등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윤병철 금호아시아나 기획재무담당 상무는 “처음부터 FI로만 구성해 인수하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며 “현재 경제 상황과 계열사 경영상황을 비춰볼 때 ‘승자의 저주’라는 부담까지 안으면서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상무는 “컨소시엄 허용을 요구하는 이유는 인수 후 재무적 부담을 줄이고, 자금 투입으로 기술력을 보강해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컨소시엄 구성 허용해 달라는 근거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컨소시엄을 허용해 달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6개 회사의 컨소시엄이 허용된 더블스타와의 형평성 문제, 채권단과 맺은 약정서상 주주협의회의 승인이 있을 경우 제3자 양도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세영 금호아시아나그룹 상무는 “박 회장이 그동안 그룹 정상화를 위해 사재 1130억원을 출연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우선매수권을 얻어냈는데 그런(컨소시엄 구성)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와 맺은 우선매수권 약정 내용은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며 “거꾸로 얘기하면 ‘사전 서면 승인이 없는 한’의 의미는 주주협의회의 동의가 있으면 승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제3자 양도 불가방침...원칙 바꾸면 더블스타가 소송나설수도"
반면 채권단은 애초 논할 가치가 없으며 이미 제3자 양도 불가 방침을 내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계약 체결이 임박한 시점에서 원칙을 바꾸게 되면 더블스타가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중국과 통상마찰까지 불거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예정대로 13일 SPA를 체결하고 박 회장 측에 매매 조건을 알려준 뒤, 박 회장이 정식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면 그때 가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이 13일 예정대로 더블스타와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할 경우 컨소시엄 허용에 대한 협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윤 상무는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SPA를 체결하기 전에 이 문제를 정식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난 2일과 6일 채권단과 주주협의회 측에 우리 입장을 담은 공문을 정식으로 발송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심화되면서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점이 관건이다. 중국 기업이 국내 핵심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란은 이 같은 반중정서를 업고 더욱 불거지는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더블스타와 비교할 시 여러 측면에서 인수경쟁자로서 낫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윤 상무는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더블스타의 자신감이 납득가지 않는다”며 “중국업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매출과 자산 규모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노조와 관계, 수출 등 경영 노하우를 감안하면 우리의 인수 시너지가 더욱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상무는 “사드 문제도 있고 더블스타가 중국기업이라 절대 안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과 채권단의 ‘힘겨루기’는 사드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컨소시엄 허용이 좌절되더라도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 완성을 앞둔 박 회장이 못 이긴 척 FI를 통해 우선매수권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은 SPA가 체결된 시점으로부터 3일 이내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물을 예정이다. 박 회장은 그로부터 30일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의사를 밝혀야 한다. 원칙 준수를 강조하는 채권단과 원칙이 어긋났다는 박 회장의 힘겨루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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