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발동’ 서울 SK, 올 시즌 부진 왜?
남은 4경기 모두 이기더라도 6강 PO 사실상 불가능
김선형 의존증과 골밑 대한 불안감 해결 못해
뒤늦게 걸린 발동에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올 시즌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진 서울 SK가 최근 상승세였던 창원 LG와 탈꼴찌를 위해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던 전주 KCC를 잇따라 잡아냈다.
두 경기에서 ‘외국인 에이스’ 테리코 화이트가 3점슛을 폭발시켰고, 김선형과 최부경이 그 뒤를 받쳤다. 하지만 다소 늦은감이 있다. 2연승에도 SK의 순위는 여전히 8위에 머물러있고, 올 시즌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기적이 생기지 않는 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불가능해졌다.
더군다나 SK는 이제 서울 삼성(3위)과 고양 오리온(2위), 안양 KGC(1위), 원주 동부(공동 5위)를 상대해야 한다. SK는 올 시즌 삼성과 오리온, KGC전 모두 1승 4패로 열세이고, 원주 동부에게만 3승 2패로 상대 전적에서 앞서있다.
호화멤버를 구축하고도 사실상 2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SK의 문제점은 도대체 무엇일까.
김선형에 가려진 SK의 진짜 문제
SK는 선수 명단만 보면 강력한 우승 후보임이 틀림없다. 국내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김선형(28·186cm)이 중심에 있고, 변기훈(28·187cm)이란 좋은 파트너도 있다.
골밑에는 국가대표 출신 센터 최부경(27·200cm)과 ‘슈퍼루키’ 최준용(22·200cm)에 김민수(35·200cm)까지 있다. 여기에 화이트(27·192cm)라는 훌륭한 스코어러와 NBA 출신 제임스 싱글턴(35·200cm)까지, 단독 선두 KGC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선수 구성이다.
그런데 SK에는 훌륭한 개개인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김선형이 포인트가드로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그는 스피드를 활용한 시원한 돌파와 득점력이 있고, 화끈한 덩크슛도 터뜨리곤 하지만, 경기 조율과 패스 능력은 부족하다. 단적인 예로 올 시즌 SK의 어시스트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SK는 올 시즌 50경기에서 평균 15.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KBL 10개 팀 중 가장 적은 수치다. 어시스트가 많은 날도 골밑으로 들어가는 패스보다는 외곽에서 볼을 돌리다 3점슛으로 인해 늘어나는 도움 수가 훨씬 많다. 화이트나 김선형과 같이 폭발력이 있는 선수들의 볼 소유 시간이 길고,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공격이 많기에 그렇다.
최근 3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는 최부경과 싱글턴을 활용해 골밑 우위를 점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 순간 정확하게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었고, 김선형과 화이트의 개인기로 만들어낸 득점이 많았다. 11일 LG와의 경기에서는 화이트가 무려 27번의 야투를 시도했다. 7개의 3점슛을 넣으면서 영웅이 됐지만, 2점슛은 10개를 시도해 단 1개만을 성공했다.
12일 KCC전도 다르지 않았다. 화이트와 김선형에게 패스가 쏠렸고, 만들어가는 득점은 보기 어려웠다. 이렇듯 SK는 올 시즌 조직적인 농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선형과 화이트 못지않은 선수들이 많지만, 이들의 능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SK가 간과한 골밑의 중요성
올 시즌 50경기에서 SK의 평균 득점은 78.2점이다. 반면 상대에게는 79.1점을 내줬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다. SK는 평균 77.1점을 넣었고, 79.5점을 내줬다. 수비에 대한 보완, 특히 골밑의 중심을 잡아줄 외국인 선수가 절실했지만 이에 대한 보강은 없었다.
SK는 2016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의 행운을 누렸지만, 득점력이 뛰어난 단신 외국인 선수 화이트를 선택했다. 골밑보다는 공격적인 농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여기에 수비가 좋은 코트니 심스까지 영입했으니,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올 시즌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SK의 선택을 받은 화이트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안드레 에밋 못지않은 공격력과 이타적인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부상이 문제였다. 화이트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인해 팀의 연패를 지켜봐야 했고, SK는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을 놓치면서 일찌감치 추락했다. 중심을 잡아줘야 했던 심스는 신장과 수비에 장점이 있었지만, 득점력과 스피드가 너무나도 취약했다.
그러자 SK는 화이트의 복귀와 NBA 출신 싱글턴의 영입으로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골밑에 대한 불안감을 결국 해결하지 못하면서, SK는 반등에 실패했다.
지난해 12월부터 SK 골밑을 지키고 있는 싱글턴은 공격력은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수비가 허술하다. 특히 적잖은 나이 때문인지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만나면 쉽게 무너진다. 전자랜드전에서도 제임스 켈리와 커스버트 빅터의 활발한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들에게만 무려 49점을 내줬고, 18개의 리바운드를 허용했다.
LG의 골밑을 지키는 제임스 메이스와 맞대결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싱글턴은 7점 5리바운드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고, 메이스에게는 16점 12리바운드를 내줬다. 무엇보다 메이스의 움직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면서 골밑 수비에 큰 애를 먹었다. 심지어 그는 KCC 아이라 클라크와 골밑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물론 이것이 싱글턴의 잘못만은 아니다. 최부경과 김민수는 물론 LG전에서 돌아온 최준용이 골밑에서 힘을 더하지 못한 탓도 있다.
하지만 KBL의 특성상 골밑의 중심은 국내 선수가 아닌 외국인 선수다. 싱글턴이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줘야만, SK의 공격 농구가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싱글턴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SK는 올라서지 못했다.
SK는 이제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반복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 보인다.
SK의 선수 구성을 봤을 때, 두 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철저한 분석과 반성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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