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당국 철퇴에 엇갈린 생보 CEO 운명
신창재 회장 막판 항복 반전…김창수 사장 연임 결정 후 날벼락
백기 투항? 강경 대응? 김 사장의 고민…선택에 시선 집중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두고 금융당국이 내린 결정에 하루 밤새 엇갈린 운명에 놓였다.
징계 직전 무릎을 꿇은 신 회장은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반면, 비슷한 시간 도리어 연임이 결정된 김 사장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제 김 사장 앞에 백기 투항과 강경 대응 카드가 놓여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생명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대표이사에게는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교보생명에는 경징계인 주의적경고를 내렸다. 금융사 CEO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임권고를 받으면 5년 간,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 간 금융사 임원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교보생명의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 수위만 낮아지면서, 신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배경에는 교보생명의 막판 변심이 있었다. 교보생명은 금감원의 제재심이 열리던 날 오전에 돌연 자살보험금 전체 계약에 대한 지급 결정을 내렸다.
교보생명이 갑작스레 굴복한 가장 큰 이유로는 오너인 신 회장의 존재가 꼽힌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지분 33.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CEO일뿐인 김 사장과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오너인 신 사장이 중징계를 받았다면 지배력에도 상처를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저자세로 결국 원하던 바를 얻어낸 교보생명과는 달리 삼성생명은 오히려 눈총을 받는 행동으로 논란을 키웠다.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던 시간,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의 연임을 의결했다. 금감원에서 CEO 재선임이 제한될 수 있는 문책경고 관련 심의가 논의되는 날 연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금감원장 결제나 금융위원회의 부의를 통해 제재내용을 최종 확정해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제재심 내용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김 사장의 연임은 물거품이 된다.
김 사장이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교보생명처럼 백기를 들고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소송으로 맞서는 경우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의 시각은 극명히 엇갈린다. 앞으로도 계속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 금감원과 날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삼성생명의 태도로 봤을 때 이미 이를 감안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이미 손을 들어준 바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만 따지자고 하면 보험사에게도 승산이 있다"면서도 "금융권 최고의 갑인 금감원의 결정에 금융사가 실제 소송으로 맞서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제재 결과를 본 뒤 사장 연임을 결정해도 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제재심 직전 김 사장의 재선임을 결정했다는 것은 징계 내용과 상관없이 갈 길을 가겠다는 판단을 명확히 세우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삼성생명은 오비이락이라는 입장이다. 유동적인 일정에 공교롭게 시점이 맞물렸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정해진 주주총회를 앞두고 절차적으로 진행된 이사회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염두하고 일정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금감원 제재심이 미뤄지면서 날이 겹치게 된 것"이라며 "자살보험금 지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음에도 나온 중징계가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