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한항공 테크센터에 ‘보잉 787-9 살아있네~’
2004년부터 보잉사 787 제작 및 설계 사업 참여
사단무인기 오는 6월 군에 첫 납품…개발사업 지속 방침
2004년부터 보잉사 787 제작 및 설계 사업 참여
사단무인기 오는 6월 군에 첫 납품…개발사업 지속 방침
대한항공이 직접 투자하고 대한항공으로 도색된 보잉 787-9 항공기가 이달 말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아직 보잉 787-9를 만나보진 못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김해공항에서 10여분간 차를 타고 달려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이 항공기의 기술력이 여기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테크센터는 대한민국 항공우주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첨단 기술의 산실이다. 총 면적만 71만㎡(21만평), 연건평 26만 6000㎡ 규모로 항공기 생산과 정비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이미지와 달리 1976년 처음 설립됐을 당시에는 ‘새마을 공장’이란 이름을 내걸기도 했다.
도현준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부본부장(전무)은 “외부에서 봤을 때 방산업체라는 느낌을 주지 않아야 했다”며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려다 보니 직원들의 출퇴근 버스도 여의치 않았고 히치하이킹을 할 때도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기체구조물을 점검하는 중정비 센터. 항공기 결함 예방 차원에서 보통 2년 주기로 수행해야하는 중정비는 빠르면 2주에서 길게는 40일가량이 소요된다.
작업장에서 본 보잉 747-400 항공기는 엔진과 날개, 머리 부분 중 일부가 해체돼 복잡한 기계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중정비를 위해서는 각종 판넬, 객실 바닥 시트와 내장재를 모두 뜯어내야한다”며 “이후 육안 점검 및 비파괴 검사 등을 수행하고 반대 순서로 재조립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중정비 센터에서는 1년에 60대 정도가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유나이티드 항공 등 일부 외항사 물량 외에는 대한항공 항공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 군용기가 가득 차 있던 군용기 공장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최대 군용기 정비기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고정익·회전익 항공기의 창정비와 수명연장 및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군의 모든 비행기는 물론 아태 지역에서 운용되는 비행기 대부분이 이곳에서 4~6년을 주기로 예방접종을 받는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악역을 담당해 유명세를 떨친 대형 헬기 CH-53, ‘탱크 킬러’로 불리며 ‘터미네이터4’에서 모습을 비췄던 A-10 전투기까지 테크센터의 주고객이라는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978년 한국 공군 UH-1 헬기 창정비를 시초로 6000여대의 군용기 정비를 수행했다”며 “개발된지 40년이 넘은 항공기도 이곳에서 신형으로 재탄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무인항공기산업 기술축적과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개발 완료된 다목적 전술급 무인항공기 KUS-FT는 현재 군에 보급되기 위해 양산 중에 있다. 특히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단무인기의 경우 최근 11개국에서 발주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호경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사업기획부 상무는 “올해 6월 군에 납품하게 될 사단 무인기가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 중 하나”라며 “이외 여러 무인항공기 개발사업이 내년에도 진행돼 사업화 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보잉 787-9의 날개 끝 곡선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 ‘후방 동체(After Body)’, 날개 구조물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 등 다섯 가지 핵심 부품을 제작하고 있는 민항기 제조공장은 이날 견학의 백미였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제조인력들이 이 항공기의 동체 및 주요 날개 구조물을 제작하는데 여념이 없어보였다. 왼편에는 보잉 787-9의 날개와 동체, 오른편에서는 동체 꼬리부위에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소재를 레이업(composite layup)하는 중이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보잉 787-9 항공기는 탄소복합재 가공기술의 혁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게는 대폭 줄이면서도 강도를 높였다. 첨단 탄소복합재의 비율을 기존 15% 이내 수준에서 50% 이상으로 크게 높여 연료효율성을 20% 높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20% 크게 줄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거에는 구조물에 들어가는 소재가 알루미늄이나 타이타늄 등 단일 소재였지만 연료 절감을 위한 경량화가 대세가 되면서 카본·탄소 복합재가 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조립이 완료된 제품은 일본에 수출되기도 한다”면서 “특히 보잉 787 항공기 동체 및 주요 날개구조물 제조는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제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물질에 의한 오염방지를 위해 차단막을 설치해둔 본딩 컴포지션(bonding composition)룸도 짧은 시간이나마 공개됐다. 연구실의 전문 인력들이 배합을 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을 자아내고 있었다. 보안상의 이유로 사진에 담아낼 수 없었던 점이 아쉽기만 했다.
4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테크센터는 단순히 오래된 공장이 아니었다. 과감한 설비 투자로 보잉사로부터 인정받을 만큼 높은 기술 수준이 ‘살아있는’ 곳이며 대한민국 항공우주사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주역이었다.
한편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1조269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지속적인 무인항공기 개발 및 민간항공기 구조물 제작 사업 확대로 2020년까지 매출 3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도현준 전무는 “대한민국에서 항공산업을 최초로 시작한 테크센터가 앞으로도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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