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 부는 2개의 안풍(安風)…‘중도 보수층을 잡아라’
사드 배치 문제에 '국가 간 협약 존중' 신중론 펼쳐
안희정 "대연정", 안철수 "헌재 압박 안돼, 집회 불참"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는 야권의 '안풍(安風)'이 거세다. 여론조사 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의 대세론이 여전하지만, 문 전 대표의 약점으로 꼽히는 '확장성'을 겨냥해 중도·보수층 표심을 잡으려는 야권 주자들의 시도가 만만치 않다.
먼저 깃발을 든 건 같은 당 대선 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다. 앞서 지난달 대선 출정식에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국가 간 합의 내용을 뒤집을 순 없다”고 밝히는가 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영장 기각과 관련해서도 ‘사법부 판단 존중’을 언급해 야권 내에선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최근 안 지사가 제안한 '대연정'은 여야를 떠나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차기 정부에서 안정적인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진보·보수 진영이 서로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야권에선 곧바로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자는 격"이라며 비난이 쏟아졌지만, 당내 비문계는 물론 중도·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안 지사에 대한 주목도가 한껏 높아졌다. 앞서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로 지지층 상당수가 안 지사에게 이동하자, 이를 계기로 안 지사는 외연 확장 전략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7일부터 사흘 간 실시해 10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전주 대비 9%p 상승한 19%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주보다 3%p 하락한 29%로 1위를 지켰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1%), 이재명 성남시장(8%),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7%)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내 지지층의 변화는 더욱 또렷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 문 전 대표에 대한 선호도는 전주(64%)보다 7%p 하락한 57%였으나, 안 지사에 대한 선호도는 7%p 오른 20%를 기록했다. 물론 선호도 조사이긴 하지만, 수치상으로는 문 전 대표 지지자 일부가 고스란히 안 지사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아예 '보수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나섰다. 지난 9일 개성공단 즉각 재개 불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을 촉구하는 주말 촛불집회에 대해선 ’사법부 독립‘ 논리를 근거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촛불집회와 개성공단 문제는 야권 타 대선 주자들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인 동시에,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오는 11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안 지사는 같은 날 광주 지역 촛불집회에 참석한다. 촛불 정국에서 고공행진을 경험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최근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서달라”는 성명도 발표했다.
또한 안 전 대표는 이날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 "유엔 제재안 때문에 당장 재가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과 일치한다. 실제 외교부는 개성공단 가동중단 1년을 맞이한 이날 공단 재가동 주장이 제기되는 데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식 브리핑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통일부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안 지사와 안 전 대표가 나란히 중도·보수층 공략에 나선 건 대선 본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 입장에서는 일단 경선에서 2위 자리를 확보한 뒤 결선투표에선 ‘본선 경쟁력’을 내세워 문 전 대표를 압박해야 한다. 안 전 대표 역시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를 굳히기 위해선 안보 이슈 등에서 신뢰를 얻어 중도·보수 표심을 붙잡는 게 필수적이란 셈법이다.
이런 흐름에서 안 전 대표는 지난 1일 대구를 방문해 "정부 간의 협약은 다음 정부에서 백지화하거나 뒤집을 수 없다"며 "지금 최선은 미중 양국과 협의해서 중국이 북한제재에 동참케 하고, 그 결과 북핵 문제 해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 미국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간 협약 존중’이라는 지점에서 안 지사와 유사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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